월 80만원에 해외 한달산다…은퇴자들의 여행·골프 성지

2024-11-27

〈이종환의 디스크쇼〉〈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배철수의 음악캠프〉. 라디오 음악 방송의 역사라고 해도 될 만한 프로그램들을 제작한 조정선(64) 전 PD에게도 4년 전 은퇴는 다가왔습니다. 어리둥절해 하다 ‘두근거리는 인생을 살아 보자’고 다짐한 그가 찾아낸 통로는 해외 한 달 살기. 아내와 함께 이미 두 곳을 다녀온 그는, 또 다른 이색 여행을 준비 중입니다. 은퇴자의 한 달 살기, 어디로 가서 어떻게 지내며 미리 준비할 것은 무엇인지 〈은퇴 Who〉가 쉽게 알려드립니다.

아내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가방 같은 거 말고 인생을 담은 선물을. 그만큼 미안했다. 라디오 PD라는 직업은 내 몸을 가족보다 일터에 가깝게 했다. 37년. 아내는 많은 걸 참아줬다. 2020년 말 은퇴하고 드디어 아내 곁으로 돌아갔지만 일터를 떠난 공허함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뭐라도 채울까 싶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나려 했지만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대신 동해안 해파랑길을 27일 동안 걸었다. 무작정 나선 길에서 탈출구가 보였다. 남은 생애 동안 두근거리는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두근거리는 게 뭘까 생각했는데, 여행이 그중 하나였다.

아내와 1년에 두 번 여행을 가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패키지여행을 다녔는데, 뭔가 부족했다. 관광지만 대충 둘러보는 게 아닌 다른 여행을 하고 싶었다. 느긋하게 한 달 살기를 해보기로 하고, 올 3월 체코로 떠났다. 독일과 국경을 맞댄 소도시 데친에 숙소를 잡고 우리는 27일간 라이프치히∙드레스덴∙프라하까지 대중교통으로 돌아다녔다. 걷고 싶으면 걷고, 쉬고 싶으면 쉬었다. 처음으로 여행의 주인이 된 것 같았다.

지난 10월 떠난 두 번째 한 달 살기는 8년 전 패키지여행으로 다녀온 포르투갈과 스페인. 저렴한 물가, 맛있는 음식, 친절한 사람들을 다시 접하고 싶었다. 체코 때와 달라진 건 계획이 더 없어졌다는 점. 첫 도착지 리스본에서 머물 곳을 제외하곤 갈 곳도, 숙소도 정하지 않았다. 리스본∙포르투∙빌바오∙마드리드 등을 돌며 짧게는 사흘, 길면 일주일씩 머물렀다. 어디를 가나 시간이 천천히 흘렀다.

10년 정도 미친 듯 돌아다닐 수 있도록 매일 수영과 달리기를 하고 있다. 돈이 엄청 많아 돌아다니는 게 아니다. 또래 직장인이 다 그렇지만 재테크할 정신이 없었다. 그저 빚 안 지고, 퇴직금 중간정산 안 하고, 예∙적금 꾸준히 하니까 웬만큼 지낼 정도가 됐다. 연금에다 배당주에서 조금씩 나온 돈이면 1년에 한두 번 여행 경비는 충분하다. 어차피 호화 여행은 아니니까.

아이 둘은 장성해 자기들 앞가림을 한다. 딱히 물려줄 것도 없지만, 그럴 생각도 없다. 실컷 쓰다가 혹시 남으면 나눠 가지라는 게 우리 생각이다.

스페인에서 돌아온 지 고작 일주일, 벌써 다음 짐 쌀 궁리에 바쁘다. 내년 계획은 이미 세웠다. 이번엔 ‘각자 여행’에 도전한다. 선호하는 나라를 따로 갔다가 태국에서 만나 겨울을 나기로 했다. 난 친구들과 스위스 트레킹코스 ‘투르 드 몽블랑’을 가려 한다. 아내는 예쁘기로 소문난 남프랑스 일대를 돌 계획이다.

은퇴자의 해외 한 달 살기. 어디를 갈지 정하려면 몇 가지 체크 포인트에 스스로 답해 보자. 혼자 갈 건지 부부가 함께 갈 건지, 도시가 좋은지 자연이 좋은지, 볼거리가 먼저인지 맛집이 우선인지 등이 질문이다. 걷는 걸 싫어하는데 유럽으로 가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어지간한 볼거리는 걸어 다니는 코스인 데다 길이 좁아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곳도 많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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