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에 홈쇼핑 팝업 '컴온스타일' 열어
검색 중심의 '목적형 쇼핑'에서 '발견형 쇼핑' 실현

CJ온스타일이 TV와 모바일에 국한된 홈쇼핑의 틀을 깨고 쇼핑 주체로 떠오른 2030 MZ세대 공략에 나섰다. 성수동에 문을 연 '컴온스타일' 팝업 매장은 업계 최초 타이틀이란 것에 의미가 있지만 홈쇼핑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것에 신선함을 안겨준다. 특히 기존 홈쇼핑의 아젠다인 검색 중심의 '목적형 쇼핑'에서 '발견형 쇼핑'을 실현했다는 점은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지난 3일 서울 성수역 3번 출구에서 카페거리 방향으로 걷다보면, 보라색으로 꾸며진 이색적인 건축물이 눈에 들어온다. ‘COME ON’이라는 대형 네온사인이 마치 무대 세트를 연상케 한다. 건물 상단에는 '컴온스타일'이라고 적힌 글씨가 큼직하게 걸렸있다. 이 앞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팝업스토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공간은 '슬로우 에이징존'이다. 대표적으로 라이프스타일 프로그램 <최화정쇼>, 뷰티 프로그램 <겟잇뷰티>, 패션 전문 모바일 라이브쇼 <한예슬의 오늘 뭐 입지>, 랜선 홈투어 모바일 라이브쇼 <안재현의 잠시 실내합니다>가 소개하는 다양한 아이템이 전시돼 있다.
CJ온스타일은 이곳에서 자사 인기 프로그램(IP)과 셀럽들이 제안하는 ‘슬로우 에이징 라이프스타일 솔루션’을 구경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밝혔다. 슬로우 에이징(Slow-aging)은 빠르게 변하는 외모를 되돌리려는 ‘안티에이징’과 달리, 자연스럽게 나이 들되, 그 과정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관리하자는 라이프스타일 개념이다. 식습관, 운동, 피부 관리, 정신적 안정 등 일상 전반의 균형을 중시하는 트렌드로, 최근 MZ세대와 중장년층 모두에게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슬로우에이징'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체감하기 어려웠다. 뷰티, 리빙, 패션, 식품 인기 상품 나열에 가까워 슬로우에이징과 연결되는 스토리가 부족했다. 디지털 체험 요소도 다소 아쉬웠다. 전자 태그(NFC∙RFID)가 부착된 상품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해당 제품의 사용 영상이나 스타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역시 '체험'이라기보다는 제품 정보를 제공하는 안내 기능에 가까웠다. 단순 영상 시청 수준에서 멈춘 구성은 현장 체험의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팝업스토어 곳곳에는 전시된 제품 옆에 QR코드가 부착돼 있다. 이를 스캔하면 곧바로 CJ온스타일 앱 내 구매 페이지로 연결된다. 오프라인에서 실물을 직접 보고, 마음에 들면 바로 온라인에서 특가로 구매할 수 있다. '발견형 쇼핑'경험을 지향한 기획 의도가 엿보인다. 특히 Cj온스타일은 앱 전용 1만원 할인 쿠폰도 함께 제공한다. 앱 설치를 번거롭게 느끼는 일부 방문객들의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미래 커머스로 각광받는 '발견형 쇼핑'의 핵심은 영상 콘텐츠와 커머스의 유기적 연결인 만큼,콘텐츠 IP 유니버스 확장 전략을 필두로 새로운 커머스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CJ온스타일이 콘텐츠 강화, 모바일 전환, 오프라인 실험에 나서는 배경에는 기존 고객층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홈쇼핑을 지탱해온 핵심 고객층은 40~50대 중장년층이다. 이들은 높은 충성도와 구매 전환율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창출해 온 주고객층이었다. 그러나 이들도 점차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고, TV 시청률 자체도 하락하면서 전통적인 홈쇼핑 모델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더 큰 과제는 20~30대 젊은 세대다. 이들은 홈쇼핑을 여전히 TV 채널에서 전화 주문하는 방식으로 인식하고 있다. 결국 홈쇼핑업계에선 브랜드 리뉴얼과 고객층 확대, 플랫폼 전환이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방송을 모바일로 옮기는 수준을 넘어, 콘텐츠와 커머스를 연결하는 새로운 커머스 플랫폼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 수 없는 상황이다. CJ온스타일은 기존 틀을 깨는 실험을 시작한 셈이다.

CJ온스타일이 노리는 타깃은 명확했다. 기존 고객인 40~50대가 아닌, 콘텐츠 소비에 익숙하고 감성적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다. 특히 일본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의 풋웨어 브랜드 '오하나 하타케'의 국내 첫 론칭은 희소성과 독점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 감각을 겨냥한 기획으로 해석된다. 김소희 CJ온스타일 마케팅 전략팀장은 "이번 팝업에서 고객과 협력사,셀럽 이 세 가지를 통해 고객들의 경험들을 더 확장시키고, 고객이 콘텐츠를 소비하다가 자연스럽게 상품을 발견하는 '발견형 쇼핑'의 정점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방송 중심 채널이었던 홈쇼핑이, 성수라는 트렌디한 오프라인 공간으로 나와 소비자와 직접 소통에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업계 안팎에선CJ온스타일이 기존의 'TV 중심 홈쇼핑'이라는 틀을 깨고 새로운 방식의 소통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실험이었다는 평가가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채널이 더는 TV 안에 머물 수 없는 상황에서, CJ온스타일이 먼저 '오프라인 실험'을 시작한 건 주목할만한 변화다"며 "'홈쇼핑이 '콘텐츠형 커머스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