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 오픈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9일(한국시간), 지난해 대회 우승자 그레이슨 머리(미국)를 기리는 추모식이 현장에서 열렸다.
선수, 캐디와 PGA 투어 관계자 수십명이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와이알레이CC(파70) 16번홀 그린 뒤 해변에 모여 지난해 5월 스스로 생을 마감한 디펜딩 챔피언 머리를 추모했다.
하와이 자선단체의 주선으로 열린 머리의 추모식은 일출 시간에 맞춰 하와이 전통 기도로 시작됐고 그의 가족들이 해변으로 나와 하얀 꽃잎을 바다에 던지며 영혼을 기리는 의식으로 진행됐다.
머리는 지난해 소니 오픈에서 안병훈, 키건 브래들리와 공동 1위로 마친 뒤 18번홀에서 열린 연장에서 10m를 훨씬 넘는 롱 버디 퍼트를 넣고 포효했다. 2017년 바바솔 챔피언십에서 PGA 투어 생애 첫 우승을 거둔 이후 7년 만에 추가한 값진 우승이었다.
하지만 4개월 뒤 그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머리가 과거 알콜중독과 우울증세에 시달렸고 사회적 불안장애를 안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머리는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열린 PGA투어 찰스 슈와브 챌린지 2라운드 도중 기권했고, 다음날 그의 플로리다 집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와 2라운드를 함께 한 피터 맬너티(미국)는 그가 경기중 심한 불안증세를 보였고 평소와 달랐다고 대회 관계자들에게 알렸으나 비극을 막지 못했다.
선수들은 대회중 들려온 동료선수의 비보에 충격을 받았고 많은 선수들이 검은색, 빨간색 리본을 달고 경기하며 머리를 애도했다. 그의 죽음은 스포츠에서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경종을 울렸다.
머리의 부모는 추도식이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8일 정신건강과 중독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지원하기 위해 ‘그레이슨 머리 재단’을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에릭과 테리 머리는 “그레이슨은 자신의 건강문제를 공유하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며 “재단을 통해 그의 헌신과 열정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