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속는 사람이 있는 게 신기해요”

2025-07-14

“속는 사람이 있는 게 신기해요.”

취재원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뜨끔했다. 손가락만 몇 번 움직이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나도 한 번?'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참이다.

최근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통 대기업 직원을 사칭하는 신종 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댓글 달기'나 '좋아요 누르기' 같은 단순 작업으로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피해자들을 끌어들여 예치금이라며 돈을 요구하는 수법이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신음하는 가구가 늘고 있는 가운데 부업이라도 해보려는 간절한 마음을 먹잇감으로 삼는 교묘한 사기다.

이들은 모바일 메신저의 오픈채팅방 같은 익명 공간을 악용한다.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공간에서 본업에 지장 없이 여윳시간에 돈을 벌어보라며 유혹한다. 하루 평균 10만원 이상 고수익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며 꼬드긴다. 왓츠앱이나 텔레그램으로 유인해 1대 1 대화환경을 만들고, 수려한 말재주로 '쉽게 돈 벌고 싶다'는 욕망을 정확히 찌른다.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돈도, 개인정보도, 멘탈도 모두 털려 있다.

유통업계는 출처 불명의 아르바이트 제안은 무조건 의심하라고 경고한다. 해당 기업의 공식 홈페이지나 고객센터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의 수법은 교묘하지만, 한발 물러서서 의심하고 명확하게 확인한다면 피해를 면할 수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땀'이 빠진 돈은 외려 자신을 노리는 사기꾼의 덫일 공산이 크다. '좋아요'만 눌러도 돈을 벌 수 있다면 이미 세상 사람 모두가 건물주가 됐을 터다. 사기 피해 방지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 누구라도 “속는 사람이 있는 게 신기해요”라는 말에 “그게 저예요”라고 답하는 이가 없기를 바란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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