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사고에서 승객이 직접 비상 탈출문을 열고 탈출한 것을 두고 승무원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일자 항공사 직원들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29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전일(28일) 밤 10시 26분께 에어부산 BX391편에 탑승해 이륙을 준비 중이던 승무원은 기내 뒤편 주방에서 대기 중 닫혀있던 오버헤드빈(머리 위 선반) 내부에서 연기와 불꽃이 나는 것을 목격해 관제탑에 상황을 보고했다. 당시 승무원들이 소화기로 불을 끄려고 했으나 연기가 거세지면서 진화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비상탈출을 위한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기내가 아수라장이 됐고, 승객들이 직접 문을 열고 탈출했다는 일부 탑승객의 증언이 나오자 에어부산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에어부산은 이날 ‘기내 비상탈출 경위’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고 “최초 목격 승무원에 따르면 후방 좌측 선반에서 발화가 목격됐다”며 “화재 확인 즉시 승무원이 기장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기장은 2차 피해가 없도록 유압 및 연료 계통을 즉시 차단한 후 비상탈출을 선포해 신속하게 전원 대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화재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점에 대해선 “별도의 안내 방송을 시행할 시간적 여력없이 동시다발적으로 긴박하게 이루어진 상황으로, 짧은 시간 내에 관련 절차에 의거해 신속하게 조치해 탈출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승객이 직접 비상구를 열어 탈출했다는 증언에 대해서는 “비상구열 착석 손님은 탑승 직후 승무원에게 비상탈출 시 비상구 개폐 방법에 대해 안내 받고 승무원을 도와주는 협조자 역할에 동의해야만 착석 가능하며, 비상탈출 시 승객이 직접 비상구 조작 및 탈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는 사고기 승무원들의 대처가 적절했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다만 회사 이메일을 인증해야 글을 쓸 수 있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억울함을 내비치는 항공사 직원들의 글이 쏟아졌다. 비록 승무원의 대처에 일부 미흡함이 있었더라도, 비상 상황에서 승객들이 임의로 탈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승무원들의 지시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에어부산의 직원 A씨는 "승무원의 임무 1순위는 비상탈출과 탈출 대비 업무다. 비상 상황 발생 시 내·외부의 상황을 판단하고 탈출시켜야 한다"며 "만약 외부에서 난 불이라면 엔진이 작동하고 있어 빨려 들어갈 위험이 있다면 어떡할 거냐. 애초에 승무원은 모든 승객을 대피시킨 후 마지막에 내릴 수 있다. 자기 목숨 걸고 뭉그적거렸을 리 없다. 강제로 연 문이 안전했으니 다행인 거지 절대 잘한 일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에어부산의 또다른 직원 B씨도 비상문을 열었을 때 일어났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사고 가능성을 나열하며 "제발 마음대로 행동하고 영웅인 척 인터뷰하지 말아달라. 더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세월호 사태 때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안내방송을 따랐다가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던 기억 때문에 비상 상황시 임의 대처를 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의 직원 C씨는 “세월호는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선장이 먼저 탈출했지만, 우리(항공기 승무원)는 제일 마지막에 나가는 것이 매뉴얼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발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달라”며 “승객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겠지만, 다 내 목숨 걸고 승객들 살리기 위해 매뉴얼에 기반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28일 오후 10시 15분께 김해공항 계류장에서 총 176명(승객 169명, 승무원 6명, 정비사 1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여객기 기내 뒤쪽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발생 1시간 16분 만인 오후 11시 31분 완전히 진압됐다. 176명의 탑승자 전원은 큰 탈 없이 무사히 대피했고 인명 피해는 탑승객 3명과 승무원 4명 등 7명이 대피 과정에 찰과상 등 경상을 입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