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 줄이면 기후 발자국도 줄어든다

2025-12-11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전 세계 식품 가격·영양·온실가스 배출을 종합 분석한 연구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현재 먹는 방식보다 더 건강하고, 더 싸고, 더 기후 친화적인 식단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 터프츠대학교 프리드먼 영양과학·정책대학 연구진은 각 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식품을 대상으로, 기본 영양 요구를 충족하면서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과 비용을 최소화하는 식단을 도출하고 이를 실제 소비 패턴과 비교했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 푸드(Nature Food)’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기후 친화적인 건강한 식단은 돈이 더 드는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통념과 배치되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유엔 기구와 각국 정부가 글로벌 모니터링에 사용하는 ‘건강한 식단 바스켓’ 목표를 기준으로, 어떤 식품 조합이 영양 요구를 가장 지속가능하게 충족시킬 수 있는지 분석했다.

연구팀은 각 식품에 대해 △각국에서의 가용성과 가격 △해당 식품이 각 나라 식품 공급량에서 차지하는 비중 △그 제품에 연관된 전 세계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 등 세 가지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나라별로 다섯 가지 식단 시나리오를 모델링했다. 구체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을 가장 적게 유지하면서도 건강 기준을 충족하는 식단 △비용을 가장 낮추면서도 건강 기준을 충족하는 식단 △해당 국가에서 가장 흔히 소비되는 식품을 바탕으로 구성한 세 가지 변형 식단 등이다.

엘레나 M. 마르티네스 프리드먼 학교 박사과정 연구원은 “식품군별로 저렴한 옵션을 선택하는 것은 식단의 기후 발자국을 줄이는 꽤 믿을 만한 방법”이라며 “이번 연구는 이를 극단적으로 확장해, 가능한 한 적은 기후 발자국으로 건강 요구를 충족하는 선택지가 무엇인지를 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소비되는 식품’을 기준으로 구성한 건강식은 1인당 하루 2.44kg의 CO₂를 배출하며, 평균 비용은 9.96달러였다.

반면, 기후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설계한 건강식은 배출량은 하루 0.67kg CO₂, 하루 6.95달러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배출은 약 4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비용은 약 30% 절감할 수 있다는 의미다. ‘비용 최소화’를 최우선으로 설계한 건강식은 배출량: 하루 1.65kg CO₂, 하루 3.68달러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소비되는 식품과 저렴한 건강식을 혼합한 세 번째 시나리오는 하루 약 6.33달러, 하루 1.86kg CO₂로 분석됐다. 이는 기존 일반적 식단보다 비용과 배출 모두 낮았지만, ‘최저 비용’이나 ‘최저 배출’ 시나리오만큼 극단적으로 낮지는 않은 절충안이었다.

연구진은 “대부분의 식품군에서 가장 저렴한 옵션이 화석연료 사용과 토지이용 변화가 적어 배출도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물성 식품과 전분이 많은 필수 식품에서는 비용과 배출의 상충관계(trade-off)가 뚜렷했다.

동물성 식품에서는 가장 저렴한 선택지는 대체로 ‘우유’로, 소고기 등 육류보다 CO₂ 배출이 크게 낮다. 그러나 탄소와 비용을 함께 고려하면, 정어리·고등어 같은 생선이 칼로리당 비용은 중간 수준이지만 배출량은 훨씬 적어, 더 유리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전분이 많은 필수 식품에서는 쌀이 많은 국가에서 가장 값싼 주식이지만, 온실가스 배출 측면에서는 밀·옥수수가 더 유리한 경우가 많았다. 이는 주로 침수된 논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 때문이다. 연구진은 “쌀 가격이 아무리 싸도, 논에서 나오는 미생물 메탄이 쌀의 기후 발자국을 키운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소비자·식품 기업·정부가 영양 요구를 충족하면서도 더 지속가능하고 저렴한 식품으로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데 기초 자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마스터스 교수는 “배출 감축은 보통 새 설비나 에너지 전환 투자가 필요한 영역에서는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슈퍼마켓에서는 ‘검소함’이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꽤 유용한 나침반”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제품과 쌀이 메탄을 많이 배출해 극단적인 저가 식단을 피하기만 한다면, 각 식품군에서 조금 더 저렴한 선택지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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