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먼 옛날이야기.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지만, 옛날 일이라면 없었던 일도 있었던 것으로 하고 들어야 한다. 알겠니?”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
강홍구 작가의 <무인도>(열화당)는 자기 고향인 전남 신안의 무인도에 얽힌 신화를 글과 사진으로 풀어냈다. 천스물다섯 개의 섬이 있는 신안군. 구백쉰세 곳이 무인도다. 하지만 세계의 모든 섬은 애초에 무인도였다고 작가는 말하는데....
어의도 북쪽 산등성이에서 삿갓조개처럼 생긴 작은 섬이 보인다. 바위로만 이루어진 ‘구렁이섬’이다. 귀가 달린 구렁이가 산다나. 섬을 열 번 감으면 용이 될 수 있었던 구렁이는 반 바퀴가 모자라 이무기가 됐다. 금절구, 금절구공이, 금맷돌 같은 귀한 것을 훔쳐 가는 사람을 이무기가 혼쭐 내준다는 이야기. 물론 강홍구 작가도 섬에 얽힌 전설이 사실이라고 믿었던 적은 없다. 다만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에 등장하는 할머니의 이야기처럼, 섬에 얽힌 이야기는 어떤 시각적인 모양새에 대한 몽상에 접어들게 하는 것이다.
작가에게 무인도는 ‘꿈의 장소’다. 신안의 무수한 섬들을 찍은 사진 위에 그림을 그렸다. 작가가 살아온 경험과 기억, 욕망, 그리고 무의식이 담긴 작품들이다.
”그러니까 ‘무인도’ 연작은 내 삶이라는 밀물에 잠겨 있다가 썰물 때 머리를 내미는, 바위처럼 솟아오른 것들의 집합인 셈이다.“
수록된 사진에 덧칠해진 그림들은 그것에 얽힌 사연들을 부연 설명하지는 않는다. 구렁이섬 위에 금절구나 금맷돌을 그려 넣는 것은 상상력의 부재이다. 그래서 작가는 구렁이섬을 그냥 금빛으로 칠해버렸다. 작가의 필력은 붓질만큼 감칠맛이 좋다. 사진 작품이 첨부된 무인도에 대한 에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