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7일 ‘미쉐린 가이드 서울 & 부산 2025’가 발표됐다. 서울은 186곳, 부산은 48곳. 외식업계 모든 이들이 즐거웠던 이날, 특히 뜨거운 박수를 받은 사람이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별 3개를 받은 레스토랑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다.
개인적으로는 꾸준히 ‘한식의 세계화’를 주제로 도움말을 얻고 있는 소중한 취재원이다. 지난해 12월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 올랐을 때도 의견을 구했다. 강 셰프는 지난해 3월 우리의 장을 소개하는 영문판 『장: 더 소울 오브 코리언 쿠킹』을 출간한 바 있다. 한국 전통 장이 가진 가치와 함께 장을 활용한 다양한 음식 레시피도 소개했는데 한식과 서양 음식이 7대 3 비율로 섞여 있다. 강 셰프는 “우리 장의 특성과 본질을 알아야 제대로 된 활용이 가능하다”면서 “호기심으로 시작했더라도 그 맛에 일단 빠지면 프리미엄 제품과 고급 한식문화에 대한 욕구 또한 커지기 때문에 영미권 미식가들에게 한국의 장을 제대로 소개하고 싶었다”고 했다.
‘미쉐린가이드 서울·부산 2025’ 발표
3스타 탄생했지만, 과한 편중은 우려
밍글스의 대표 메뉴 ‘장 트리오’가 떠올랐다. 넷플릭스 ‘흑백 요리사’로 친숙해진 ‘장 트리오’라는 명칭은 사실 10년 전 강 셰프가 간장·된장·고추장을 활용해 만든 디저트 이름으로 이미 상표등록까지 돼 있다. 강 셰프는 10년 후 K푸드가, 한국의 장이 전 세계인을 홀릴 줄 어떻게 알았을까. 그의 노련한 감각과 꾸준한 노력이 미쉐린 별 3개 획득의 결과를 만들어낸 것을 열렬히 축하한다.
그런데 배부르고 등 따스해지면 생각이 달라진다고, 미쉐린 가이드가 한국 미식에 미치는 영향력에 생각이 미쳤다.
미쉐린 가이드 별 1개는 ‘요리가 훌륭한 식당’, 별 2개는 ‘요리가 훌륭해 멀리 찾아갈 만한 식당’, 별 3개는 ‘요리가 매우 훌륭해 맛을 보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에 부여된다. 목표가 분명할수록 과정은 단순해진다. 전력질주. 한국의 많은 레스토랑이 일취월장했다. 전 세계 미식가들이 한식에 주목하게 된 기폭제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신분을 숨긴 채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는 평가단의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재료의 신선도와 품질’ ‘풍미와 조리 기술의 완성도’ ‘요리의 개성’ ‘비용 대비 가치’ ‘방문할 때마다 유지되는 일관성’. 객관적인 데이터가 쉽지 않은 항목들이다. 유명세가 커질수록 한국의 파인 레스토랑과 일반 대중의 거리가 멀어진 것도 사실이다. 미쉐린 별을 받은 레스토랑의 점심 1인 식사비용이 평균 10만원 이상이니 ‘그들만의 리그’라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미쉐린 가이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리스트가 4만5000원 이하 가성비 맛집에 주어지는 ‘빕 구르망’인 것도 만만함 때문이다.
프랑스 태생 미쉐린 가이드의 평가기준이 서양인 기준으로 흘러가는 것도 경계할 부분이다. 올해 1~3개의 별을 획득한 서울 레스토랑 37곳 중 한식으로 구분된 업장은 5곳. 밍글스처럼 한식을 기반으로 현대적인 해석을 더해 새로운 메뉴를 창조하는 레스토랑에는 ‘컨템포러리’ ‘이노베이터’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걸 나누는 기준은 뭘까.
지난해 처음 발표된 ‘2024 미쉐린 가이드 부산’은 3곳의 1스타 레스토랑, 15곳의 빕 구르망을 포함해 총 43곳의 레스토랑이 선정됐지만 부산의 향토음식은 합천국밥집(돼지국밥)뿐, 부산을 대표하는 밀면집·복국집·낚지볶음집·곰장어집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행히 올해는 빕 구르망에 백일평냉(평양냉면), 비비재(비빔밥), 정짓간(돼지국밥), 한월관(곰탕) 등이 새로 선정돼 체면을 세웠지만 기분이 개운치는 않다.
미쉐린 가이드가 한식의 세계화에 미친 영향력은 분명하지만, 지나친 편중과 기대는 우려된다. 타인의 의견은 여러 가지 방향타 중 하나일 뿐. 내 입맛에 맞는 나만의 리스트를 갖는 게 요즘 말로 ‘있어빌리티(있어+ability)’한 식도락 생활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