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두고 회자되는 초대형 오보가 있다. 1948년 11월 2일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때의 일이다. 당시 친공화당 성향의 언론이었던 시카고 트리뷴은 개표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듀이가 이겼다"는 기사를 1면에 게재한 것이다. 트루먼 대통령이 재선 확정 후 승리를 만끽하며 공개적으로 시카고 트리뷴의 오보를 들고 조롱하던 사진은 너무나 유명하다. 며칠전 국내 유력한 경제지 하나는 서울이 올림픽 개최 도시로 확정됐다는 기사를 지면에 내보냈다. 서울과 전북 전주의 대결을 사람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지난달 28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는 2036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도시 선정을 위한 대의원총회가 열렸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되는 이 대결에서 전북은 서울을 상대로 49대 11, 상상치도 못한 압승을 거뒀다. 건물 하나를 지으려면 설계자, 목수, 미장공, 함바집 주인 등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공헌이 있겠으나 이번 전주올림픽 유치의 일등 공신은 단연 김관영 전북지사와 정강선 전북체육회장 2인을 꼽을 수 있다. 만일 이번에 일이 잘못됐더라면 그 다음날부터 여론은 김 지사의 재선 가도에 의문을 품게되고, 정강선 회장 또한 3선가도가 불투명해질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런데 실낱같은 가능성에 도전해 승리를 거두면서 김 지사는 당장 내년 지선때 큰 거침새가 없게됐고, 정 회장 또한 내년 3선 가도에 탄력을 받게됐다. 만일 2036 올림픽 최종 유치에 성공한다면 김 지사는 여세를 몰아 차차기 또는 그 이후 대권가도에 명함을 드러낼 수 있게되고, 정 회장 또한 3선 임기를 마친 뒤 언젠가는 대한체육회장에 도전하는 것도 무망한 일이 아니다. 반면 허를 찔린 오세훈 서울시장은 유력한 여권내 대권후보로서 이미지 실추가 이만저만한게 아니다. 묘하게 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관영 전북지사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고, 일합의 결과는 훗날 정치적 명운을 가르는 변수가 될 소지도 있다. 전북이 이번에 압승한 비결을 딱 하나만 꼽는다면 박스 선거에 최적화된 전략을 구사했다는 거다. 약 한달전 두 사람은 구체적 전략을 짜는 시간을 가졌다. 그것은 바로 1971년 신민당 대선 경선을 앞두고 김대중 후보가 대의원 한사람, 한사람 찾아가며 공을 들였던 것에서 착안했다. 신민당내 막강한 주류파는 물론, 유진산 당수의 지명까지 등에 업은 김영삼의 후보 선출이 자명해 보였으나 결과는 김대중 후보였다. 정강선 회장과 체육인들이 대의원들을 한사람, 한사람 찾아다니고 그 결과를 토대로 김관영 지사가 어떻게든 연고를 찾아내 일일이 대의원과 통화하거나 만남을 가지면서 협조를 구한 것이 결정타였다. 주사위가 던져진 것은 이미 과거일뿐이고 지금은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 올림픽 최종 유치가 돼야만 훗날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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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과 정강선
위병기 bkweeg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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