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로 새삼 우리에게 절실히 다가오는 국가, 정치, 행정, 경제는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사회발전을 이루는데 필수적인 존재이다. 국가와 경제, 국가와 자본주의는 어떤 관계일까. 자본주의에서 국가는 자본 축적과 경제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자본주의가 위기에 빠지면 국가가 경제의 구원 투수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에서 촉발된 경제위기 때 대부분의 국가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았고, 중국은 이미 지속적인 경기부양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경제위기에서 빨리 회복됐다.
이처럼 경제에 대한 국가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국민경제에서 국유기업의 비중이 증대하는 상황을 소위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 라 칭한다. 2012년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국가자본주의 부상’이라는 보고서에서 국가자본주의는 안정과 성장을 보장한다고 봤다. 한편 2020년 닉 서르닉은 ‘플랫폼 자본주의(platform capitalism)’라는 저서에서 플랫폼을 디지털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로,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경제적 기반으로 봤다. 플랫폼 자본주의는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우버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성장으로 나타난 경제적 경향성을 말한다고 하면서 이런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성장하며,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한다고 봤다.
국가자본주의와 플랫폼 자본주의가 결합한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state platform capitalism)는 2022년 발표된 ‘미중 경쟁과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의 등장’이라는 논문의 저자들인 스티븐 롤프와 세스 신들러가 제시한 개념이다. 이는 디지털 플랫폼이 경제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국가가 이를 정책적으로 활용하여 경제적·지정학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과정을 의미한다. 미국과 중국 모두 자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을 활용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에서는 국가가 경제와 사회의 디지털화에 적극 개입하고 플랫폼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경제적 효율성과 통제력을 동시에 추구한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데이터는 국가의 핵심 자산이 되었고,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관리하는 것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처럼 디지털 심화가 진행되면서 이의 동인이자 성과물인 플랫폼, 데이터, AI 기술과 규제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가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 경쟁 양상은 데이터 주권, 소버린 AI 경쟁 등의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또 플랫폼은 초국적으로 활동하며 탈영토적 권력을 행사하지만 자국 국가기관 및 제도에 의존하여 활동한다. 플랫폼은 해외에서의 자국 정부의 지원과 국내의 데이터 및 시장에 대한 특권적 접근을 대가로 점점 국가와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주요 열강들은 자국의 플랫폼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법규제와 행정 집행을 강화하면서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과 국가가 밀접하게 의존하는 이른바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 양상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특이하게 플랫폼 규제 논의가 무성하다. 세계적 흐름을 역주행할 것이 아니라 토종플랫폼 기업이 세계를 무대로 활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