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 적용 이유는
“이상직, 文 권한행사 통해 혜택 기대
사위 서씨 항공사 특채·泰 이주 지원
단순 보조업무만으로 억대 임금 받아
李, 정치 재개 성공·정부 지원 등 수혜
대통령 영향력 상관없이 뇌물죄 성립”
검찰은 문재인(72) 전 대통령에 뇌물 혐의를 적용하면서 “문 전 대통령이 대통령 친인척 관리·감찰을 담당하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을 통해 사위의 채용 과정과 태국 이주 과정 전반에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꺼내 들었다. 직무상 포괄적이고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의 직무 범위에 속하거나,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에 관해 대통령에게 금품을 공여하면 바로 뇌물공여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전주지검(검사장 박영진)은 24일 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기소하며 “이 사건의 핵심은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의 포괄적 권한 행사를 통한 정치적·경제적 혜택을 기대한 정치인이자 공공기관장, 기업가인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62) 전 의원으로부터 이 전 의원이 지배하던 항공업체를 통해 문 전 대통령 자녀 부부의 태국 이주를 지원하는 특혜를 제공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기소 배경으로 언급됐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사건 판결에서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해 모든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직무를 수행한다”며 “그러한 직무 범위에 속하거나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에 관해 대통령에게 금품을 공여하면 바로 뇌물공여죄가 성립하고, 대통령이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는 범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의 뇌물 사건 판결에서는 “각 행정부처 및 공공기관의 임원 임명에 미치는 대통령의 영향력은 인사권자로서 가지는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권한에 해당한다”며 “국회의원 공천은 대통령이 법령상 관장하는 직무 그 자체는 아니지만, 사실상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므로 대통령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 또는 관례·사실상 관여하는 직무행위”라고 판시했다.
이런 판례에 따라 문 전 대통령으로부터 각종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직무관련자인 이 전 의원이 대통령에게 금품을 공여했기 때문에 뇌물 혐의가 성립한다는 게 검찰 논리다.
이 전 의원은 2018년 8월 항공업계 실무 경험이 없던 문 전 대통령의 당시 사위인 서모(45)씨를 이스타항공의 태국 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 임원으로 채용하고, 서씨 내외에게 급여로 약 1억5000만원(416만밧),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178만밧) 등을 지원했다.
그 배경에 문 전 대통령이 제공할 수 있는 각종 특혜, 특히 공천 등 정치 활동 지원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2016년 3월 20대 국회의원 선거의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후 차기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도모하는 등 정치적인 재기를 계획하고 있었다. 이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2018년 3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자리에 올랐고, 2020년 4월 예정된 차기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한 면직 등 문 전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실제 이 전 의원은 다혜씨 부부를 채용한 이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던 2020년 1월 면직 신청이 받아들여져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이스타항공은 2018년 3월 평양 방북 예술단 전세기를 띄우는 과정에서 국회 동의 없이 정부 지원을 받기도 했다.
서씨는 항공업 관련 경력이나 능력 등을 전혀 갖추지 못해 이메일 수·발신 등 단순 보조 업무만 수행했고, 재택근무라는 명목으로 출근을 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다혜씨는 서씨의 채용 절차가 이뤄지기 전에 미리 태국 현지를 답사해 국제학교 위치를 확인하고 문 전 대통령의 반려견을 키울 수 있는 맨션을 주거지로 결정했다. 검찰은 “서씨가 받은 금원은 정상 급여가 아닌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이 서씨의 취업 전까지 다혜씨 부부의 생계를 지원한 점도 뇌물 혐의 적용의 배경이라고 검찰은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과거 무직 상태로 별다른 소득 없이 생활하던 다혜씨와 서씨에게 주거 비용을 지원했다. 서씨는 2016년 2월 문 전 대통령의 청탁으로 게임회사에 취업했지만 2018년 서씨가 문 전 대통령 반려견의 이름을 딴 게임회사에 근무 중인 사실 등이 언론보도로 알려지자 퇴사했다. 다혜씨와 서씨의 소득이 단절되자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부부의 생계를 지원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씨가 이스타항공에 취업해 부당한 지원을 받게 되면서 문 전 대통령이 해당 금액만큼 경제적 이익을 봤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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