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안 지어도 ‘시골 별장’ 신축 가능… 농촌 활성화 기대

2024-11-28

정부, 농지·산지 규제개선 확정

‘여의도 12배’ 산지 개발 제한 해제

골프장·관광시설 등 건설 가능

농지 내에 화장실·주차장 설치 허용 등

귀농·귀촌 정주여건 마련 걸림돌 없애

영농 환경 변화 고려해 이용 범위 확대

수직농장·노인복지시설 지을 수 있어

그린벨트 전기차충전소 건립 완화 등

친환경 교통 인프라 확대 계획도 내놔

정부는 개발이 묶여 있던 산지 3500여㏊에 대한 규제를 해제한다. 여의도 면적의 12배가 넘는 규모로, 골프장·관광시설 등 건설이 가능해진다. 또 농지에 필수 편의시설인 화장실·주차장 설치는 물론 농업 관련 전후방산업 시설 설치도 허용된다. 그동안 농어업 종사자용 단독주택만 허용되던 농림지역에 일반인의 단독주택 건축도 가능해진다. 이번 조치로 수혜를 입는 면적은 약 500㎢(여의도 172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정부는 국무총리 주재로 ‘제7차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규제개선 과제를 확정·발표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3차 민생토론회 후속조치로 추진한 ‘토지이용규제 전면 재검토’ 결과를 공유하고, 그 일환으로 농지·산지 규제개선 과제를 추가했다.

◆산지 규제 풀어 개발 허용

우선 농림축산식품부와 산림청은 농지·산지 분야 토지 규제 전수를 검토해 총 45건(농지 26건·산지 19건)의 개선 과제를 발굴했다. 산림청은 1989년 최초 도입된 ‘산지전용·일사사용 제한지역’ 중 도로·토지 개발 등 여건 변화로 당초 지정목적을 상실한 3580㏊(35.8㎢)를 해제한다.

‘산지전용·일시사용 제한지역’에서는 국방·군사시설이나 국토보전시설 등의 설치 외에는 개발이 불가능한 구역이다. 이번 규제개선으로 여의도 면적의 12.3배에 달하는 규모의 산지 개발이 풀리는 셈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지 규제를 풀어 산촌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라며 “관광시설이나 골프장 등의 건설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농지 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농지의 이용범위를 농사에서 신기술·전후방 산업까지 확대된다. 농업 여건 변화를 고려해 △농업진흥지역 내 농업 투입재·서비스 등 전후방산업 설치 허용 △스마트농업 육성지구에 농지전용 없이 모든 형태의 수직농장 설치 허용 △농촌공간계획상 특화지구 내 농지·산지 규제 완화 등이 추진된다. 예를 들어 농약·비료 등 제조시설과 축산식품 제조업, 노인복지시설 등이 가능하다.

또 관광단지와 달리 100㏊로 규모가 제한된 농어촌 관광휴양단지 면적 상한을 폐지해 농촌 공간을 중심으로 한 관광거점을 구축할 수 있게 하고, 주말농장용 소규모 농지 취득을 위해 작성해야 하는 주말체험 영농계획서 항목도 간소화한다.

농업인과 농촌주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규제 완화도 추진된다. 농작업 활동 중 필수 편의시설인 화장실·주차장 설치를 허용하고, 고령 농업인 등이 농약·비료 등을 손쉽게 구할 수 있도록 농업진흥구역 농지에 농기자재 판매시설 설치를 허용한다. 또한 임업경영 편의성 제고를 위해 울타리, 관정과 같은 소규모 시설 설치 시 허가·신고 의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김정주 농식품부 정책기획관은 “주요 과제 개선 시 민간 투자 확대·부담 경감 등 향후 10년간 총 2조5000억원의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농림지역에 단독주택 건축 허용

정부는 보전산지와 농업진흥구역을 제외한 농림지역에서 일반인의 단독주택 건축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간 농림지역에서 농·어업 종사자의 단독주택 건축은 허용됐으나 비종사자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건축이 금지돼왔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상반기 국토계획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농림지역에서 농어가주택 외 단독주택 입지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국토계획법상 농림지역 중 농지법에 따른 농업진흥구역과 산지관리법에 따른 보전산지를 제외한 지역에 일반인의 단독주택 건축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농림지역 가운데 일부(농업보호구역)에서만 일반인이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데, 이로 인해 귀농·귀촌인의 정주 여건 마련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농림지역 내 농업보호구역에서 단독주택을 건축하던 지역주민이 농업보호구역 해제 시 단독주택을 건축·정비할 수 없는 역진적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로 수혜를 입는 면적은 약 500㎢(여의도 172배)에 달할 것이라고 국토부는 예측했다. 향후 해당 지역에서는 일반인도 1000㎡ 미만 규모의 단독주택을 건축할 수 있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간 농어업 종사자용 단독주택만 허용돼 귀농·귀촌의 걸림돌로 작용하던 규제를 완화해 정주 여건을 개선함으로써 주말, 여가 수요를 충족하고 농촌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토부는 지역경제 및 첨단산업 활성화를 위한 개선 과제들도 내놓았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할 때 부과되는 보전 부담금을 면제해 주민들의 충전 편의성을 높이고, 친환경 교통 인프라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주유소나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와 달리 전기차 충전소에 대해선 그린벨트 보전 부담금을 부과했는데, 이제는 지방자치단체나 그린벨트 장기 거주자가 전기차 충전소 설치 시 부담금을 면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 개발제한구역법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의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의 용적률 혜택도 강화한다. 국토부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특화단지에 위치한 산업단지의 용적률 혜택을 법적 상한의 1.5배(경제자유구역과 같은 수준)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정부는 내년 법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이번 토지이용규제 개선이 지역경제와 첨단산업 발전에 기여할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규제개선을 지속해서 선도하고, 지역사회와 산업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경제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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