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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가 탑재되면 개인정보가 탈탈 털리는 것 아니냐.”
18일 중국 완성차 기업 비야디(BYD) 차량 사전계약자가 모인 네이버 카페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전날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정보유출을 이유로 중국의 생성AI 딥시크(DeepSeek)의 국내 다운로드를 중단하면서다. 이들은 “자칫하면 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라거나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이 유출되는 것 아니냐”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BYD가 최근 딥시크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기능을 신차에 탑재하겠다고 밝힌 것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왕촨푸(王傳福) BYD 회장은 지난 10일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열린 스마트전략발표회에서 “모든 차종에 자율주행시스템 ‘신의 눈(영문명 D-파일럿)’을 탑재하겠다”며 “자율주행기능은 올해 소비자의 차량 구매에 핵심적인 고려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BYD에 따르면 ‘신의 눈’은 A등급(라이다 3개 장착, 고급차종), B등급(라이다 1개 장착, 중급차종), C등급(카메라·레이더 장착, 저가 차종)으로 나뉜다. 딥시크가 라이다·레이더 등을 통해 수집된 도로 상황, 위치, 음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적의 이동 경로를 찾는다는 게 BYD의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BYD 차량이 딥시크의 정보유출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 국내 발매 예정인 BYD차량에 딥시크를 탑재할 계획은 없지만 결국에는 시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딥시크가 탑재된 중국 브랜드 차가 도로 위를 다니면 정보유출은 상시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출시 전부터 우려됐던 중국산 커넥티드카
딥시크가 문제되기 전에도 중국 브랜드 차량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국내에 출시될 BYD 전기차는 상시적으로 온라인에 연결된 ‘커넥티드카(Connected Car)’다. 커넥티드카는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외부와 실시간으로 연결된 차량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운전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주행정보, 개인정보가 외부로 전송되거나 해킹으로 유출될 우려가 크다.
실제로 BYD가 1월 국내에 출시한 아토3에는 무선 폰 프로젝션(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무선 내비게이션, 음성인식 시스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커넥티드카 기능이 다수 탑재됐다. 주행 과정에서 운전자의 위치나 자주 찾는 곳, 음성이나 탑승자의 정보, 운전자가 차량에 연결한 휴대전화 정보 등이 실시간으로 수집된다. BYD는 이같은 운전·주행정보를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중국 IT기업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운영하는 국내 데이터센터에 일부 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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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코리아 측은 “위치 등 민감한 정보는 수집·확인 후 곧바로 삭제되고, 데이터센터도 중국 본사와 완전히 분리돼 있어 유출 위험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데이터는 기업의 무형의 자산이어서, 언제든지 중국으로 전송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중국산 커넥티드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중국·러시아산 자율주행부품(2027년 소프트웨어 부품부터 적용)을 장착한 차량의 수입·판매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커넥티드카는 소리소문없이 민감한 정보가 유출될 수 있기 때문에 사이버보안 강화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