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한 서울중앙지법의 판단을 놓고 법조계 안팎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재판부가 윤 대통령의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한 것이 종래의 관행이나 수사 실무와 동떨어진 데다 법적 근거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범죄 피의자를 체포, 구속해 재판에 넘겨야 하는 현장에선 앞으로 법 적용을 놓고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체포로 피고인 신병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정 허용 기간을 ‘48시간’, 구속으로 신병을 확보하는 기간을 ‘20일’(경찰·검찰 각 10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사이에 피고인이 체포적부심이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제기하면 수사서류가 법원에 있는 시간(또는 기간) 만큼 제외해 그만큼 피고인의 실제 구속 기간은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한 중앙지법 재판부의 이번 결정은 이 같은 현행 법률 규정과 수사·재판 실무를 모두 뒤엎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도 “앞으로 계산이 복잡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재판부는 구속 기간을 시간으로 계산하는 것과 함께 체포적부심 청구를 위해 서류가 오간 시간은 아예 구속기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봤는데, 이를 놓고 현장에선 “구속 후 10일의 수사 기간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검사 출신 이고은 변호사는 “체포적부심을 위해 법원에 서류를 보내고 다시 돌려받는 시간이 있는데, 그만큼 체포 시간을 연장하지 않으면 피고인들이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체포적부심 시간만큼 수사 기간에서 제외하고, 또 구속 전 피의자 심문도 시간으로 엄격하게 계산하면 검찰 입장에서는 모든 사건을 거의 7~8일 이내에, 휴일을 고려하면 사실상 3~4일 이내에 수사해서 기소해야 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일선 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실무적으로 굉장히 피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검사는 “검찰도 법원도, 이전에는 ‘시간’까지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서류 접수와 전산상 접수 시간이 다를 때도 있었다”며 “그런데 앞으로 서류 반환 시간까지 분 단위로 정확하게 계산하고 관리해야 한다면 수사에 있어서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부장판사도 온라인에 글을 올려 이번 재판부 결정의 한계에 대해 지적했다. 김도균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구속취소 유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번 결정은 법리적, 제도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며 “종래의 선례가 유지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만일 이번 결정대로 수사기록 접수 후 반환까지의 시간만을 구속기간에서 제외한다면 피의자 측에서 구속적부심을 반복해 사실상 구속기간의 상당 부분을 무력화시키는 경우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즉시항고 절차를 통해 취소돼야 하고, 이를 통해 절차적 혼선이 정리됐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만 검찰은 무슨 연고인지 이 쟁점이 형사절차상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법리적으로 상당한 논란이 존재함에도 즉시항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