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을 맞아 미국 뉴저지주 북부 버건카운티에서는 화려하게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 집들이 예년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버건카운티가 뉴저지주에서도 소득수준이 비교적 높은 지역임을 감안하면 적어도 중산층 이상이 생각하는 체감경기는 나쁘지 않다는 신호다. 뉴욕 맨해튼 역시 주말마다 화려한 야경을 즐기려는 인파로 늦은 밤까지 북적이고 있다. 미국에서 만난 한국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국과 비교하면 소비도 나쁘지 않은 상황인데 (미국 정책 당국이) 선제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도 미국 경제는 예상 밖으로 선전하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가 이달 5일 내놓은 12월 소비자심리지수 잠정치는 올 7월 이후 5개월 만에 개선됐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3일 공개한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66개월째 확장 국면을 이어갔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또한 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당초 1.8%에서 2.3%로 높여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조차 “소비가 견조한 데다 성장률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고 인공지능(AI) 관련 기업 투자도 늘고 있다”고 낙관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상치도 3%로 상향했다. 1%대에 겨우 머무는 한국보다 월등히 높은 성장률이다.
고용을 제외하면 침체 신호가 뚜렷하지 않고 셧다운의 여파로 데이터가 부족한데도 미국 정책 당국은 경기 부양에 동시다발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연준은 9~12월 3연속 금리를 인하하고 이달부터 3년 6개월간 이어진 양적긴축(QT·대차대조표 축소)을 종료했다. 또 12일부터 매달 약 400억 달러의 단기국채 매입을 개시하며 유동성 관리 의지를 분명히 했다. 차기 연준 의장 유력 후보인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내년 0.50%포인트 이상 금리 인하를 자신하고 있다. 연준은 내년 4월부터 월가의 대형 은행들에 적용되는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도 완화하기로 했다.
그나마 독립 기구인 연준의 결정은 보험적 성격으로 볼 수도 있다. 금융안전감독위원회(FSOC) 의장을 겸하는 베선트 장관은 금융 감독 기구의 규제 기능을 부실 감독에서 경제성장 지원 쪽으로 대폭 완화하겠다고 예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2010년 출범한 FSOC의 기능을 15년 만에 바꾸겠다는 뜻이다. 미국 통화감독청(OCC)과 예금보험공사(FDIC) 역시 2013년 도입한 레버리지(차입) 대출 지침을 이달 초 공식 해제했다. 대형 은행들이 여윳돈으로 미국 국채를 대거 매입하고 시중금리를 낮춰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앞서 미국은 2018년 경기 둔화 조짐을 간과하고 선제적 통화 긴축에 나섰다가 증시 폭락을 부른 바 있다. 2021년에는 거꾸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물가 상승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머뭇대다 최악의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 과거의 정책 실패는 시장 오판에서만 비롯됐지만 지금의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을 노골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재정적자 이자 부담 경감, 관세 효과 극대화, 경제성장률 과시 등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제 치적을 쌓겠다는 정략적 의도가 정책에 녹아든 것이다. 일방적인 규제 완화로 나아가기에는 사모대출 부실 누적, 소비 양극화, AI 주가 거품론, 물가 불안 등 불확실성 요소가 도처에 깔려 있다. 연준에서 중도파로 분류되는 마이클 바 이사도 최근 은행 감독 규제 완화를 두고 “위험이 과도하게 쌓이기 전까지 개입하기 어렵게 된다”고 경고했을 정도다. 미국의 정책이 실패할 때마다 주가 급락, 집값 폭등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던 한국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안전판을 꼼꼼히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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