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입점 치과 ‘패닉’ 확산

2025-03-12

국내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가 자금난으로 최근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입점 치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환자 감소는 물론 보증금, 권리금 손실 등 내재된 위험 요소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홈플러스가 결국 지난 4일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 서울회생법원은 회생 절차 개시를 승인하면서 불거졌다.

본지의 지자체 인허가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전국 126개의 홈플러스 매장 중 치과의원이 입점한 곳은 총 38곳에 달한다. 입점 치과들은 개원한 지 10~20년 사이의 치과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개원 1년 미만의 신생 치과부터 20년이 훌쩍 넘은 장수 치과까지 다양하다. 다만 이번 사태의 타격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입점 치과 원장들은 홈플러스가 폐점하거나 경영난이 장기화될 경우, 보증금과 권리금 손실에 대한 걱정이 가장 컸다. 특히 원장 간 치과 양도양수 과정에서 발생한 권리금은 사실상 돌려받을 길이 소원하다는 하소연이다.

인수 개원을 통해 4년 전 모 지방 대도시의 홈플러스에 자리잡은 A원장은 “보증금 4000만 원보다 훨씬 큰 2억 원의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며 “홈플러스 측이 만일 폐점하더라도 입점 상가의 경우 6개월에서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고, 보증금을 월세에서 차감하는 방법도 언급했지만, 폐점으로 환자가 급감할 것이 뻔한데 개원을 지속하며 자리를 지키는 것은 무의미하다. 당장은 양도도 안 될 것 같고, 권리금을 포기하고 나가기도 어려워서 일단 기다리는 상태”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모 광역시 홈플러스의 개원 20년 차인 B원장도 “치과 자체의 보증금 부담은 크지 않지만, 홈플러스가 장기적 위기에 처할 경우 환자들이 크게 줄어 경영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특히 오랜 기간 쌓아온 환자층과 지역 네트워크가 사라질 위험이 가장 두렵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에는 출처가 불분명한 홈플러스 매장 폐점 리스트가 온라인상에서 퍼지며 입점 치과들의 불안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지난 7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폐점 예정인 홈플러스 점포들’이라는 게시글이 급속도로 공유돼 전국 주요 홈플러스 매장 20여 곳을 언급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홈플러스 측은 공식적으로 “해당 리스트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이미 지역사회와 온라인에서 퍼진 불확실한 정보가 환자들의 심리적 위축으로 이어져 입점 치과들의 위기감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교정이나 임플란트 등 장기간 소요되는 치료의 경우, 홈플러스 입점 치과를 선택하기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10년 전 모 지방 소도시에 개원한 C원장은 “인터넷에 떠도는 리스트에 우리 매장이 포함돼 환자들의 문의가 쇄도한 적이 있다. 또 환자들이 임플란트 등 기간이 긴 치료는 다른 치과를 알아보겠다고 한다”며 “장기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는 환자 입장에서는 폐점에 따른 불확실성을 피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 인근 대체 부지 등 대비책 세워야

홈플러스 사태가 장기화할 상황에 대비해 전문가들은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치과 경영 전문가인 정기춘 원장(일산뉴욕탑치과의원)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는 쉽게 결론 나지 않을 수 있는 문제인 만큼, 막연히 기다리기보다는 인근에 대체 부지를 미리 알아보는 등 ‘보험’을 드는 마음으로 현실적인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만약 실제 폐점 수순을 밟게 된다면 최소한 도보 반경 500m 이내에 대체 부지를 찾아 이전 개원하는 것이 환자 이탈을 최소화할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병국 원장(죽파치과의원)도 “만일 있을 이전에 대비해 운영비를 효율화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보수적인 재정 운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입점 치과의 경우 권리금이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르는 만큼 법적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안진호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입점 마트가 폐점이나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되면 가장 심각한 피해는 권리금에서 발생한다”며 “권리금은 개인 간 양도·양수 계약 형태이기 때문에 홈플러스 본사가 권리금 반환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 결국 현실적으로 권리금 회수가 어렵거나, 처음 금액보다 적게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에 사전에 권리금 계약 시 특약 마련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안 변호사는 “권리금을 보호받기 위해선 계약 시 ‘임대인의 파산이나 영업 중단 등으로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경우 권리금 일부를 반환한다’는 등의 특약을 마련하거나, 매장 영업 중단이나 공사 등으로 영업에 차질이 생기면 임대료 감액 조항도 필요하다”며 “대형마트는 본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계약조건이 많아, 치과 원장들은 사전에 꼼꼼한 계약서 검토와 권리금 문제 등 특약 사항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사전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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