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체포·압송한 이후, 베네수엘라가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지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권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헌법상 선거 절차로 이어질지가 정국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마두로 체포가 베네수엘라 정치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들었으며, 5일 출범하는 새 국회와 맞물려 권력 공백을 둘러싼 헌법·정치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혼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으로 더욱 증폭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run)하기 시작한다"고 언급하며 로드리게스 부통령과의 협력을 시사했지만, 구체적인 구상은 밝히지 않았다. 반면 로드리게스는 마두로 체포를 "야만적인 납치"라고 규정하며 미국의 개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NBC 인터뷰에서 "현 시점에서 베네수엘라 선거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혀, 미국이 베네수엘라 헌법에 따른 조기 선거를 지원할지, 아니면 임시 권력 구조를 용인할지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
정치 리스크 자문사 테네오(Teneo)의 니컬러스 왓슨은 보고서에서 "미국은 친미 성향으로 전환 가능한 '용인 가능한 차베스 진영 인사들'을 일부 제도권에 남겨두는 혼합형(hybrid) 체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권력 공백을 피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정당성이 약한 인물을 중심으로 한 극단적 실용주의 해법은 베네수엘라 국민 다수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법적 절차 역시 불투명하다. 대법원이 마두로의 부재를 '강제적·일시적 부재'로 해석하면서 정부에 시간을 벌어준 반면, 로드리게스가 새 국회 앞에서 공식 취임 선서를 해야 하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상 일시적 부재로 분류될 경우 로드리게스는 최대 90일간 행정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며, 한 차례 연장 시 7월까지 집권이 가능하다. 이후 국회가 이를 '영구적 부재'로 판단하면, 마두로의 현 임기 첫해에 해당하는 만큼 3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하며, 이 경우 이르면 8월 선거가 가능해진다.
새 국회는 오는 5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국방부 장관은 정치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국회 개원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회의 정통성에도 의문이 따른다. 새 국회는 지난해 5월 조기 총선으로 구성됐는데,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이끄는 주요 야권은 이를 2024년 대선 논란을 덮기 위한 시도라며 보이콧했다. 온건 야권 일부만 참여해 20석 미만을 확보했고, 친정부 성향 야권은 13석에 그쳤다. 전체 의석은 285석이다.
헌법이 대통령의 '강제적 해외 구금' 상황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정치적 해석의 여지를 넓히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미 비상령을 통해 헌법 제약을 우회해 온 전례가 있어, 향후 선거 일정 역시 형식적 절차와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안보 변수도 남아 있다.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중남미 담당 국장이었던 데이비드 피츠제럴드는 "정권 친위 무장 민병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치안 붕괴와 폭력 사태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라크 사담 후세인 축출 이후와 같은 혼란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두로 체포 이후 베네수엘라는 조기 대선, 과도 정부 고착, 혹은 장기적 불안정 시나리오 모두에 열려 있으며, 미국과 로드리게스 간 관계 설정이 향후 권력 이행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wonjc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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