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 서명한 195개 당사국 대부분이 새로운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을 마감일인 10일(현지시간)까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후위기의 최악의 피해를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역시 새로운 NDC를 제출하지 않은 국가에 포함됐다.
로이터통신과 가디언, AFP 등의 외신에 따르면, 마감일까지 새로운 NDC를 제출한 국가는 아랍에미리트(UAE), 에콰도르, 세인트루시아, 뉴질랜드, 안도라, 스위스, 우루과이, 미국, 영국, 브라질 등 10개국에 불과했다. 특히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인도를 비롯해 유럽연합(EU)과 한국도 제출국 명단에서 빠졌다.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은 5년마다 배출량 감축 및 기후변화 적응 계획을 담은 새로운 NDC를 제출해야 하며, 이를 통해 210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 나아가 1.5도 이내로 억제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이번 마감일을 넘긴 국가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의 83%를 차지하며, 세계 경제의 약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NDC가 시급한 이유는 현재의 계획으로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하려면 이번 세기 안에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가 이미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개도국들은 전 세계 배출량의 83%를 차지하는 주요 선진국과 신흥 경제국이 더 빠르고 강력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아프리카 협상단(African Group of Negotiators) 측은 “현재 겪는 재난은 특히 G20의 오염으로 인한 것이므로 각국 정부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각국이 5년 전 세운 기존 감축 계획대로 가면 이번 세기말 지구 평균 기온이 섭씨 2.6~2.8도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평균 온도 1.5도 이내 억제 목표를 이루려면 신속하고 과감한 지속적 감축이 필수다. 유례없는 기후 위기 속에서 국제 협력을 강화해 실질적 변화를 이뤄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기후변화 정책 후퇴와 주요 경제국들의 미지근한 태도는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신뢰를 깎아내리고 있다.
이에 유엔은 정교한 계획 수립을 강조하며 마감일을 놓친 것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사이먼 스티엘 유엔 기후 책임자는 금세기 가장 중요한 정책 문서"라고 평가하며, 9월까지 보다 구체적이고 강화된 감축 목표를 제출해 달라고 촉구했다. “제출된 NDC를 검토·평가하는 과정에서 더 정교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요구하겠다”라며 “이를 통해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강화하고 파리협정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유엔의 태도에도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우려는 여전하다. 기후변화는 인류 생존과 직결되므로 국제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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