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브릿지 오브 트러블 워터

2025-12-11

구용구사

수능 시험을 준비할 때 학원 선생님이 가르쳐 주셨던 노래 중 이 노래가 제일 좋았다. 1970년 1월에 발매한 사이먼 & 가펑클의 마지막 앨범의 주제곡, Bridge over Troubled Water(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줄게). 멜로디도 좋지만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그 사람 곁에 있어 주겠다는, 어려움에 맞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겠다는 가사가 참 좋다.

휴직 당시 청주에 특수학교가 개교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노란 외벽에 간간이 초록빛을 넣은 학교의 모습은 한눈에 쏘~옥 들어왔다. 이제 막 걸음을 떼려는 병아리 같기도 하고, 돋아나는 연둣빛 새싹 같기도 한 학교, 푸르름으로 둘러싼 숲과 파란 하늘은 두 팔 벌려 학교를 포근히 감싸는 듯했다. ‘드디어 충북에 유·초등과정의 특수학교가 생겼구나’ 그곳에서 함께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렵게 시작했을 그 첫걸음과 발돋움을 멀리서 응원하였다.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런데 개교한 그해 12월, 바로 그 특수학교로 복직 발령이 났다. 사실 정기인사도 끝나 어중간한 때라~ 딱히 복직할 수 있는 곳도 없었다. 조용한 묵상의 사흘을 혼자 보내며, 그곳으로 가야겠다는 스스로 확신이 마음에 일렁이기 시작했다. 합류~다.

2009년인가? 상당산성을 오르던 날, 나와 특수교육실무사 둘이서 어떻게든 아이들을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밀며 겨우겨우 산성 길을 오를 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학교 운영위원장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아니, 이런 우연이?’ 5명의 장애 학생들을 어른 둘이 다 이끌기에는 사실 손도 마음도 바빴다. 그런데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어려움이 생기면 짜짜짜짜짜짜 짱가♩♬’ 애니메이션의 주제가처럼 학운위원장이 나타난 셈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청주 시내가 훤히 보이는 언덕까지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학운위원장과 헤어지고 산성을 내려오는 계단 쪽 길은 포기해야 했다. 계단 길은 가파르고 높아, 아이들 한명 한명 붙잡아주지 않으면 위험했다. 여하튼 그날 학운위원장의 깜짝 출연은 실로 신기할 따름이다. 누가 이런 운명을 만들어주는 것일까?

완연한 올가을 11월, 6학년 학생들을 몽땅 데리고 상당산성으로 향했다. 전날 내렸던 비에 대한 걱정을 말끔히 사라지게 하는 그렇게 날 좋고 맑은 날, 하늘은 포근한 엄마 품 같은 산성으로 우리를 인도해주었다. 그리고 청주로터리클럽 회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디딤돌 동행으로 함께하는 동행 학교 활동으로 청주로터리클럽 회원들을 초대한 것이다. 흔쾌히 우리의 초대를 기뻐해 주신 청주로터리클럽 회원들은 학생 한명 한명과 팀을 이뤄 울긋불긋하게 예쁜 산성 길을 함께 걸으셨다. 손 맞잡고 공남문도 둘러보고, 하늘 배경 삼아 성벽에 기대어 사진도 찍고~ 아이들은 처음 만나는 로터리클럽 회원들과 쉽게 친해졌다. 즐겁고 신나게 재잘거리는 아이들과 이젠 상당산성 자연마당으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 산성 내려가는 넓고 편한 길도 있지만, 나무 계단 길로 향한다. 가파른 나무 계단 길, 하지만 이번엔 할 수 있다. 아이들 한명 한명을 길잡이 해 준다면 가능한 일이다. 임무를 수행하듯 차분해진 아이들은 한 걸음 한 걸음씩 천천히 계단을 내려온다. 온전히 잡힌 손에 몸과 마음을 의지하고,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에 집중한다. 편하게 닦인 넓은 길은 언제든 혼자서 갈 수 있다. 하지만 좁고 비뚤어진 높은 계단 길은 누군가 손을 잡아주어야 가능하다. 

이런 작은 성공이 필요했고, 2009년부터 기대했다. 마을 속 어른들이 함께해주길 바라며 율량동 통장님들을 학교로 초대하여 아이들과의 만남으로 이었다. 특수학교를 둘러싼 지역사회기관 사이에 디딤돌을 하나씩 놓고 싶었다. 단오에는 시원한 여름을 선물하는 부채를 아이들이 직접 꾸며 선물하고, 추석 명절에는 떡잔치를 벌려 몇 개의 송편이라도 정답게 나누고 싶었다. 추석 명절, 한복 입고 찾은 지역사회기관 사무실에 울려 퍼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우리 아이의 인사말을 거기 있던 사람들은 다 알아들었고 한바탕 크게 웃을 수 있었다. 너무도 아름다웠을 11월의 가을날, 함께 한 사람들은 이날을 다 소중히 여기게 되었으리라. 온 마을이 배움터인 것을… 여전히, ‘브릿지 오브 트러블 워터’의 노랫말이 입가에 맴돈다.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lay me down, I will lay me dow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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