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투자자 선별·경쟁 거버넌스 중요"
서정진 회장 "금산분리 완화로 기업 역할 확대"
현장 전문가 "자금 외 컨설팅 시스템 지원 필요"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정부가 국민성장펀드 규모를 기존 100조원에서 150조원으로 확대한다고 밝힌 가운데, 재계 인사들은 자금 규모 확대와 함께 펀드 운영의 거버넌스 혁신과 제도적 뒷받침이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0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 등 재계 핵심 인사들이 직접 나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최태원 회장 "각 분야 최소 2개 운용사 경쟁체제 구축해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투자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선구안 있는 투자자 선별'을 꼽았다.
최 회장은 "모든 기업에 골고루 똑같이 나눠주는 개념이 아니라 잘하고 확률이 높은 사람한테 투자하게 돼 있다"며 "이걸 누가 고르느냐가 투자 성패를 가늠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 회장은 펀드 운영 시 경쟁 제도 도입과 지속적 펀드 확대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각 분야에 최소한 2개 정도 운용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며 "반도체도 안에서 경쟁할 필요가 있고, 같은 분야를 최소한 두 개 이상의 경쟁자가 같이 들어가야 누가 더 좋은 효과를 내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하면 경쟁도 하고 협력도 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민성장펀드 성공을 전제로 2년 안에 2호가 출범해야 한다"며 "2호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도 투자하는 펀드가 된다면 지평이 더 넓어지고 대한민국을 성장으로 리드할 수 있는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정진 회장 "금산분리 완화로 대기업 후배양성 역할 확대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금산분리 제도 개선을 강력히 주문했다.

서 회장은 "1조3000억 받으면 실패할 사람 아무도 없다"며 "사실은 대통령께서 R&D 자금 투자 많이 하시는데 바이오 쪽에서 논문 성공확률이 1%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씨앗을 스타트업 기업들이 키우는데 여기다 돈을 주는 게 벤처캐피털"이라며 "새싹을 키우는 역할을 대기업이 후배를 키우는 것이 가장 성공확률이 크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 회장은 금산분리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금산분리 제도 때문에 대기업이 자유롭게 할 수 없다"며 "금산분리 제도를 좀 바꿔줬으면 한다. 대기업이 악용하지 못하게 안전장치를 걸고 후배들을 키워서 똑같이 어려운 거니까 새로 출발할 수 있는 출발점이 여기"라고 말했다.
◆현장 목소리 "자금보다 컨설팅과 시스템이 중요"
이날 토론회에는 일반 직원들도 참여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했다.

LG유플러스 권용현 전무는 "인공지능(AI) 쪽은 굉장히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펀드 규모가 크고 빨리 집행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펀드 운영 목적을 구체화하고 최종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모습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하면 성과가 훨씬 더 날 것"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권 전무는 "공공 분야나 금융 분야에서 AI를 쓰려 할 때 GPU나 AI 모델뿐만 아니라 망 분리, 업무 프로세스, 클라우드 사용 규정 등 기술적 요소 이외에도 해결해야 될 것들이 굉장히 많다"며 "이런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겠다는 생각으로 펀드를 운영한다면 성과가 훨씬 더 많이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권 전무는 "결국 서비스 시장이 열려야 거기에 필요한 데이터센터든 GPU를 포함한 반도체든 이런 것들에 대한 수요도 생기기 때문에 SaaS 형태의 서비스를 만드는 데 있어서도 정부가 최초 구매자 및 적극적 지원자 역할을 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SK텔레콤 이종민 부사장은 컨설팅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자금만으로는 벤처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부사장은 "AI 전문가들이 시장의 높은 몸값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잘 안 움직인다"며 "좋은 인재들이 있으니 잘 되는 기업은 계속 잘 된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이어 "벤처 스타트업이 잘 성장하려면 받은 펀딩을 적절한 곳에 잘 활용해야 하는데 처음 가는 길이라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다"며 "정부 차원에 컨트롤 타워가 있어서 기존 훌륭한 선배님들, 전문가분들, 그리고 현업에서 실질적으로 경험해보고 성공 경험이 있는 분들이 노하우와 기술 전문성을 연계해주는 정부 차원의 컨설팅과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성장펀드는 정부보증채권을 통해 75조원을 마련하고 금융회사와 연기금, 국민투자를 통해 민간·국민자금 75조원을 조성해 총 150조원 규모로 운영된다. 펀드는 직접지분투자, 간접지분투자, 인프라투융자, 국고채수준 초저리대출 지원 등 종합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구성된다.
펀드는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백신, 로봇, 수소,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미래차, 방산 등 첨단전략산업과 관련기업을 대상으로 지원하며, 게임·콘텐츠 분야까지 투자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최태원 SK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권용현 LG유플러스 전무,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이종민 SK텔레콤 부사장 등 재계 경영진들이 참석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