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고전 서유기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 현지 개봉 약 2주 만에 2000억 원 가까운 수입을 올리며 ‘쿵푸팬더’ 시리즈의 기록을 깼다. 화웨이 휴대폰·BYD 전기차 등에 집중됐던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國潮·궈차오) 열풍이 콘텐츠 산업까지 옮겨붙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2D 애니메이션 ‘랑랑산 소요괴(浪浪山小妖怪)’는 이달 2일 개봉 이후 16일 만에 10억 2600만 위안(약 1983억 원)의 수입을 올려 ‘쿵푸팬더3’을 제치고 역대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10위권에 진입했다.
이 작품은 지난 2023년 현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빌리빌리’에 공개된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중국기담(中国奇谭)’ 첫 번째 에피소드의 극장판이다. 중국기담은 당시 별다른 홍보 없이 조용히 공개됐지만, 수려한 영상미로 입소문을 타면서 공개 4일 만에 조회수 1000만 회를 돌파했다. 극장판은 OTT판의 영상미를 유지하면서도 등장인물과 줄거리 등을 보강해 작품 완성도를 높였다.
서유기라는 친숙한 소재를 현대인 정서에 맞게 재해석한 점이 영화 흥행 비결로 꼽힌다. 원작과 달리 영화는 손오공·저팔계 등 걸출한 영웅들이 아니라 무명의 요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특히 요괴 무리에서 ‘막내’인 돼지 요괴가 온갖 궂은 일을 도맡는 모습은 현대 직장인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제일재경은 “비현실적인 내용을 담은 보통의 애니메이션들과 달리 ‘랑랑산 소요괴’는 오늘날 어른들의 세계를 생생하게 묘사해 관객 호응을 이끌어낸다”고 평했다.
중국의 ‘애국 소비’(國潮) 열풍도 인기에 한 몫을 한다는 평가다. 휴대폰·자동차 등 미국의 직접적 견제를 받는 품목에 집중됐던 애국 소비 열풍은 최근 애니메이션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올 상반기 개봉한 중국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작 ‘너자2’가 대표적인 사례다. 명나라 소설 ‘봉신연의’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탄탄한 짜임새, 뛰어난 영상미는 물론 미국에 대한 풍자 코드를 곳곳에 넣어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수 차례 반복해 보고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하는 ‘n차 관람’이 유행하기도 했다.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너자2는 3억 명을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꿰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