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니메이션은 일종의 애니미즘입니다. 생명이 없는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예술이죠.”
일본 최초의 TV 애니메이션 ‘철완 아톰’(사진)을 만든 데즈카 오사무 감독의 말이다. 지난달 말 도쿄국립박물관, 이머시브 전시 ‘네오 자포니즘’에서다. 도자기 포장재로 유럽에 흘러 들어간 일본 목판화 우키요에가 19세기 자포니즘의 유행을 이끌었다. 특유의 평면성, 과감한 구성이 반 고흐와 인상파 화가들의 화폭에 영향을 줬다. NHK에서 제작한 이 영상은 그로부터 100년 뒤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 세계적 인기를 ‘네오 자포니즘’으로 명명했다.

전시장 세 개 벽면에 펼쳐진 화면에 1만 3000여년 전 조몬 토기부터 에도 시대 우키요에 등 박물관 소장품의 고화질 영상이 흘렀다. 이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데뷔작 ‘미래 소년 코난’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의 세계화를 이끈 ‘포켓몬: 인디고 리그’가 등장한다. 전통 회화의 동물 표현, 12세기 두루마리 그림(에마키) 속 인물의 움직임, 16세기 수묵화의 여백을 함께 보여주며 전통 미술을 오늘의 서브컬처와 연결지었다. 이 21분짜리 영상은 5개월 동안 국립박물관 본관에서 상영됐다. 유물 한 점 없이 2만원 가까운 입장료를 받는데, 아이부터 노인까지 장내는 붐볐다.
보는 내내 머릿속이 바빴다. 누군가 ‘코리아니즘은 무엇이냐’ 묻는다면 우린 무엇을 말할까. 불상의 정교함? 탈춤의 해학? 실험미술 운동의 엉뚱함? 단색화의 여백? 미국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국적’을 두고 말들이 많은데…. 이젠 우리가 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