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탈출 3인 “일자리 재교육, 취업 동아줄” [심층기획-‘쉬었음’ 청년, 그들은 누구인가]

2025-03-05

(하)그들은 쉬고 싶지 않다

유치원 교사로 일했던 유진씨

폴리텍대 전기 전공 ‘제2인생’

다은·우현씨 ‘하이테크 과정’

플랜트설계·엔지니어 자리잡아

국가장학금, 금전 부담 해소도

“실업청년 지원 맞춤교육 확대를”

“시도하지 않으면 더 발전할 수 없겠구나 하는 마음이었어요.”

2022년 초까지 3개월여 ‘쉬었음 청년’으로 지낸 정유진(28)씨는 한국폴리텍대학 성남캠퍼스 전기과로 재입학하기로 결심한 데 대해 “머뭇거리다간 더 늦겠단 생각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씨는 원래 대학에서 유아교육과를 나와 3년간 유치원 교사로 일하다 관뒀다. 그는 당시 ‘내가 원하는 일자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면서 쉬었음 청년이 됐다. 정씨는 이 기간에 대해 “일을 그만두고 아무 계획없이 지냈다”며 “하루종일 잠도 자고 때때로 여행도 다녔다”고 전했다.

정씨는 현재 한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플랜트 전기 설계자로 일하고 있다. 2년간 전기 전공으로 새로 대학을 다닌 결과다. 정씨가 전공인 유아교육과 완전히 동떨어진 전기 전공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건 “미래지향적인 분야”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시 대학에 갈 수 있었던 건 결국 금전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벌이 없이 대학을 두 번 간다는 데 대해 가족도, 저도 걱정이 있었는데 당시 국가장학금 지원액도 많이 올라 등록금 없이 다닐 수 있었다”고 전했다.

쉬었음이란 ‘늪’에 빠졌었거나 그 근처를 오래 맴돈 적 있는 청년들은 정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들은 그간 대학에서 공부한 것들로는 취업 문이 좁아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일자리를 얻었지만 만족하지 못해 그만두고 구직 활동 없이 쉬거나 사실상 실업자에 가까운 상태로 지낸 적 있었다.

‘반전의 기회’는 일자리 재교육에서 비롯했다. 가파르게 늘어나는 쉬었음 청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용시장 수요에 맞춘 청년 재교육 지원의 확대가 절실한 셈이다.

유다은(25)씨는 2023년까지 3년 정도 가족의 가게 일을 도우며 지냈다. 청년층(15∼29세) 무급가족종사자 수는 지난해 1∼5월 기준 월평균 3만3000여명 수준인데, 사실상 실업자에 가깝다.

유씨는 3개월 정도 네일아트 일을 하다가 관두고 무급가족종사자가 된 경우다. 유씨가 구직에 나선 건 가족이 가게를 접은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한국폴리텍대학 구미캠퍼스에서 1년간 운영되는 하이테크 과정을 밟으면서 실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여기서 전기기능사, 승강기기능사 자격증을 땄고 이게 취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유씨는 현재 플랜트·원자력발전 관련 기업에서 설계 일을 하고 있다.

강우현(29)씨도 같은 대학 대전캠퍼스에서 하이테크 과정 수료 후 지난해부터 인프라 네트워크 관리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그는 2023년 식물자원학 석사과정을 마쳤지만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다 하이테크 과정에서 인공지능(AI)를 공부했다. 강씨는 “학부 졸업 후 석사과정을 밟은 건 구직을 위해서였다”며 “석사과정 중 2년 넘게 일자리를 구했지만 이 분야에는 양질의 일자리가 적어 취업하지 못했다”고 했다.

강씨는 원하는 일자리를 갖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 건 공모전 입상 경력이라고 했다. 그는 “스마트워치 앱을 공모전에 출품했는데, 거기서 제가 하드웨어 부분을 담당했다”며 “이전까지는 갖기 어려웠던 이 이력이 지금 직장에 오게 된 데 유효했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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