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적정 의대 정원은...의대 교수들 "0~3058명" 의견 분분

2025-03-05

4월까지 내년 의대 증원 규모 결정해야

내년 7000명 이상 동시 수업 가능성도

일부 교수 "교육 불가해…뽑지 말아야"

감원할 경우 고3·학부모 반발 가능성↑

증원 규모보다 교육 대응 해결 중요해

[세종=뉴스핌] 신도경·이유나 기자 = 늦어도 오는 4월 말까지 내년도 의과대학 정원 규모를 결정해야 하는 가운데, 의대 교수들의 의견은 첨예하게 갈렸다.

의대 증원에 강력히 반대하는 일부 교수들은 휴학한 의대생과 올해 신입생이 겹친 교육 환경을 고려해 내년 의대 신입생을 한 명도 받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의대 증원에 반대하면서도 비교적 중립적 시각을 지닌 의대 교수들은 의대 증원 전인 2024년 정원 규모(3058명) 수준으로 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일부 교수들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표를 던졌다. 교수 중 한 명은 지난해 정원 3058명에서 올해 증원된 1497명을 제외한 약 1500명 수준이 적당하다고 제시했다. 또 다른 교수는 의대 정원 확대에 동의는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2000명은 무리한 숫자라고 손사래를 쳤다.

5일 <뉴스핌>이 의대 교수 6명을 대상으로 내년 의대 정원 규모 관련 대면·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이러한 답변이 나왔다.

◆ 내년 의대 정원 0~3058명 수준 제기…감원시 고3·학부모 반발 예상

우선 의대 교수 6명 중 2명은 내년도 의대 정원 규모에 대해 '0명'을 주장했다. 의대 교육 인프라의 한계를 고려한 결정이다.

만일 내년도에도 의대 입학생을 받을 경우 2026학년도에는 지난해 휴학한 의대생, 올해 신입생, 내년도 의대생이 한꺼번에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의대생 7000명 이상이 한꺼번에 수업을 받게 되는 셈이다. 의대 교수들은 강의실뿐 아니라 교수 부족 등으로 교육을 위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제대로 된 교육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강희경 서울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0명이 바람직하다"며 "올해 증원이 필요하다고 한 정부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증원이 미래에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동의가 이뤄진 다음 학교가 충분히 준비돼 있을 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세원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도 "0명으로 해야 한다"며 "다만 내년도의 경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작년 증원은 과학적이지 않았다"며 "과학적인 증거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는 "기존 정원에서 올해 증원 규모인 1497명을 뺀 약 1500명이 적당하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0명의 경우 수험생이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데, 이런 결정을 사회가 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며 "증원 전 규모(3058명)에서 올해 증원(1497명) 규모를 빼면 약 1500명이 적당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렇게 하면 2025년과 2026년도 평균을 냈을 때 의대 정원이 변하지 않은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하은진 서울대 신경외과 교수와 오일영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2024년도와 같은 3058명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등이 결정한 숫자와 동일하다.

오일영 교수는 "작년 휴학한 학생과 올해 입학한 학생을 한 번에 교육해야 하는 시급한 문제가 있다"며 "올 한 해 의대생을 선발하지 않는다면 해결이 가능하지만, 의대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처럼 현재의 문제도 해결하기가 어려운데, 증원된 숫자로 지속 선발은 어렵다"고도 했다.

오승원 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구체적인 적정 규모를 밝힐 수 없다고 입장을 내놨다. 다만 오 교수는 정부가 원하는 방향대로 2000명 증원은 교육 현장에서 수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내년도 의대 신입생을 한 명도 뽑지 않을 경우, 현재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 교수는 "정원을 원래대로 하는 것은 받아들이지만, 감원을 결정할 경우 굉장한 반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2026학번과 2027학번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 증원 숫자보다 교육 환경 문제 커…충분한 교육시스템 우선

한편, 의대 교수들은 내년도 의대 정원 숫자보다 당장 올해, 내년도 교육 방안에 대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의대 정원 규모에 대해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가 먼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내년 의대 신입생을 아예 받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강 교수는 "1500명도 나쁘지 않다고 보지만, 얼마나 느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 필요하다"며 "우리가 바라는 것이 어떤 시스템이고 이를 위해 필요한 의사 수가 얼마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필요한 의사 수는 오차 범위가 몇백명에서 몇천명까지 넓다"며 "이 중 어디로 선택할 것인가는 결국 정부의 정책적 결정이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정책 결정 과정을 알리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숫자는 본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오일영 교수도 "지금은 정원 논의보다 증원하려다가 유급된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가 더 큰 문제"라며 "한 학년에 묶여 있는 학생들의 교육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현실적 고충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 교수는 "외국 같은 경우 의대 입학 시기가 다 다른 경우가 있다"며 "의정 갈등이 하반기에 해결돼 하반기에 들어오더라도 불충분한 교육을 해 사람을 내보내는 것보다 한 학기를 늦추더라도 충분하게 교육해 배출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 구성 등을 담은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복지부 장관 소속인 추계위가 의료 인력 적정 규모를 추계하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이 추계위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 인력 양성 규모를 심의한다.

복지부 장관은 보정심을 거친 의견을 기반으로 교육부 장관과 보건의료인력 양성 규모를 협의한다. 만일 복지부 장관이 추계위와 보정심을 거쳐 정하지 못할 경우 대학의 총장은 교육부 장관이 복지부 장관과 협의해 정한 범위에서 대학별 교육 여건 등을 고려해 4월 30일까지 내년 모집 인원을 정할 수 있다.

sdk199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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