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기술(IT) 산업과 증권, 스타트업을 주로 담당하다 교육을 취재하는 페어런츠팀에 합류한 건 ‘창의력’ 때문이었다. 경제 성장을 견인하던 제조업은 중국의 추격으로 힘을 쓰지 못한 지 오래다. 1등을 빠르게 모방하는 패스트팔로워가 아니라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내는 퍼스트무버가 되어야 한다.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해선 창의력이 필요하고, 창의력을 가진 인재를 길러내려면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면 창의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페어런츠팀에서 그 답을 찾고 싶었다. 창의력은 한자만 놓고 보면 생각이(意) 비롯되는(創) 힘(力)을 뜻한다. 그러니까 창의력의 본질은 사고력이다. 생각할 줄 알아야 새로운 생각, 창의적인 생각도 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생각을 잘할 수 있을까?

파랑새를 찾아 온갖 곳을 헤매지만 그토록 만나길 바라던 새를 집 안 새장에서 찾은 동화 ‘파랑새’의 미틸과 틸틸 남매처럼 3년여의 취재 끝에 찾은 사고력 훈련법은 18년째 매일 하는 글쓰기였다. 글을 쓴다는 건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 전하고 싶은 내 생각이 있다는 것이다. 주제의식이다. 주제의식을 찾는 과정은 생각 그 자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주제의식을 독자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전략도 생각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게 논리다. 생각에 관한 생각(주제의식), 전략에 관한 생각(논리)이 있어야만 글을 쓸 수 있다.
지난 두 달여 간 ‘확신의 글쓰기’ 칼럼을 연재하며 동명의 온라인 스터디 모임을 운영했다. 칼럼을 연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굳이 모임을 운영한 데엔 이유가 있다. 글쓰기가 정말 사고력을 키워주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어 그 효용을 과대평가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6주간 매주 과제를 제출하며 모임에 참여한 100여 명의 멤버들은 이제 글의 구조를 분석하며 읽고 자신의 생각을 찾아내 논리적으로 펼치는 나름의 전략을 짠다. 게시판엔 “이제야 생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겠다”는 증언이 올라온다. 불과 6주 만에 생긴 변화다.
교육계에서도 쓰기 교육과 논·서술형 평가 얘기가 나온다. 지식을 주입하는 강의식 교육과 객관식 평가로는 안 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평가의 공정성, 사교육 같은 부작용이다. 하지만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안 담글 순 없다. 100여 명과 함께 한 글쓰기 실험을 통해, 그 여정이 생각만큼 어렵지 않을 거란 확신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