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학부모와 교사들의 우려에도 밀어붙이고 있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의 민낯이 드러났다. 헌법 가치를 부정하고 역사왜곡 문제까지 불거졌는데, 당국은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고 한다. 교육 효과가 검증되지 않고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도 없이 문제투성이 교과서를 왜 서둘러 도입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AI 디지털교과서 최종 검정 결과가 29일 자정에 공개된다. 그에 앞서 1차 검정을 통과한 AI 교과서에 탑재된 AI챗봇이 “독도는 영유권 분쟁지역”으로 답변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챗봇은 제주 4·3 사건은 ‘공산폭동’, 여수·순천 10·19 사건은 ‘반란’으로 규정했다. 검정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검정 과정에서 이를 발견하고서도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합격시켰다. ‘헌법의 이념·가치·기본원리’를 준수해야 하고, ‘대한민국 영토’를 부정하는 내용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검정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아 검정기관 자격이 있는지 묻게 된다.
문제 해결 방식도 미덥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추가 학습을 통해 윤리적 불안정성은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학습시킬지 명확하지 않고, 방대한 학습만으로 도덕적 선악을 판단하게 할 수는 없다. 현재의 생성형 AI는 인터넷 등 자료를 언어공학적 확률로 분석해 정보 진위를 가리지 못하는 근본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2021년 AI 챗봇 ‘이루다’는 성희롱과 혐오 발언이 논란돼 20일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AI 교과서의 역사적·윤리적 문제는 언제든 재발될 위험성을 품고 있는 셈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하지만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개인적 신념으로 밀어붙이는 AI 교과서 사업은 추진 과정 자체가 졸속이다. 당장 내년 3월부터 전국 초3·4학년, 중1과 고1 대상 영어·수학·정보 수업에 AI 교과서가 도입된다. 겨우 석 달간 실물을 검토하고 수업 준비를 해야 할 상황이다. 초등학교에선 담임 배정 후 6시간 속성 연수를 받고 AI 교과서 수업을 해야 할 판이다. 교사 76%는 AI 교과서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고개를 젓는데도 사회적 합의 과정은 거치지 않았다. ‘세수 펑크’로 교육 예산이 줄어든 교육청은 4년간 5조원의 ‘구독료’를 내야 한다. 누구를 위한 AI 교과서인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AI 교과서 도입 계획은 전면 유예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