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2년 동안 가자지구에서 죽은 사람이 9월 기준 6만 5000명이라고 했다. 사망자의 83%가 민간인이고 상당수가 아동이다. 이스라엘이 2년간 가자지구에 쏟아부은 포탄은 7만 톤 이상이고 건물의 80%가 파괴되었다. 생지옥이 따로 없다.
유례없는 민간인 학살에 세계 주요 도시에서 이스라엘 학살을 멈추라는 연대 집회가 이어졌다. 국제 사회의 소극적 대응과 침묵에 22살 스웨덴 출신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6월 1일 세계 시민 12명과 함께 구호품과 의약품을 싣고 팔레스타인으로 향했다. 7월에는 21명, 9월에는 세계 45개국에서 참여한 500여 명이 51척의 배(이하 구호 선단)를 타고 가자지구로 갔다. 이번에는 한국인 김아현(해초)도 배에 올랐고 가자지구로 가던 중 이스라엘군에 의해 나포되었다.
이스라엘 군에 구호 선단은 모두 나포되었지만 국제 사회 연대는 갈수록 커졌다. 이탈리아와 스웨덴은 이스라엘의 드론 공격으로부터 구호 선단을 보호하기 위해 군함을 파견하는가 하면 이탈리아 등 유럽의 노동자들은 연대 총파업을 벌였다. 한국도 구호 선단 참여자인 김아현(해초)의 무사 귀환과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이스라엘은 국제 사회에서 더욱 고립되어 갔다.
그레타 툰베리는 인터뷰에서 구호 선단 말고 팔레스타인을 봐달라며 세계 양심에 호소했고 드론 공격을 받을 때조차 "중요한 것은 우리가 드론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이 매일 24시간 드론 공격을 겪고 있다는 점"이라며 국제 사회에 관심을 촉구했다.
인류 역사상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이처럼 대규모로 전쟁 지역에 민간인이 구호품과 의약품을 싣고 가는 행동을 한 일이 있었던가? 구호 선단의 목적은 오직 학살을 멈추기 위한 직접 행동이었다.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라고 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말했다. 이스라엘 인류학자 유발 하라리는 그의 책 사피엔스에서 허구와 실체를 구분 짓는 요소를 고통이라 했다. 지금 팔레스타인 사람들처럼 고통 속에 사는 사람이 있는가? 유대인은 어느 민족보다도 역사적 고통을 가장 크게 느껴온 민족이다. 이스라엘이 누구보다 학살의 고통을 아는 민족이라면 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을 진심으로 참회해야 할 것이다.
구호 선단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세계 시민들을 연결했고 그 힘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옥 마을을 찾는 세계인들이 이스라엘의 학살을 규탄하는 시민단체의 행동에 엄지척으로 연대한다는 소식을 들으며 전주에서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실감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10월 8일 1단계 휴전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를 트럼프가 자신의 치적처럼 말하지만, 미국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가자지구 휴전 결의안에 6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한 나라다. 지난 9월 18일에도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가자지구 휴전 결의안을 표결했으나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미국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가자지구의 영구적 평화를 위해서는 국제 사회의 팔레스타인에 관한 관심과 연대가 중요함을 구호 선단을 통해 확인했다. 갈수록 커지는 구호 선단과 국제 사회의 연대가 없었다면 네타냐후는 학살을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하마스의 무모한 테러와 이스라엘의 극악무도한 학살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전 세계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 세계 시민이 함께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생지옥은 가자지구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유기만 새만금상시해수유통운동본부 사무국장·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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