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 인플레이션 시대

2025-09-16

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요즘처럼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고 한다. 여기서 물가는 한 국가에서 거래되는 모든 물건과 서비스의 평균적인 가격을 말한다. 인플레이션 어원은 라틴어 ‘인플라레(inflare)’에서 비롯됐다. ‘크게 부풀어 오르다’란 뜻이다.

인플레이션의 경제학적 정의는 ‘일정 기간 동안 물가가 지속적이고 비례적으로 오르는 현상’ 또는 ‘화폐가치가 지속적이고 비례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이다. 흔히 ‘인플레’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통화량 팽창, 수요 증가, 생산비 상승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인플레이션은 적당하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 허나 과도하면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 소비자 구매력 저하, 기업의 생산비용 증가, 금융 및 자산시장 위축, 저축ㆍ투자 감소, 소득 불평등 심화, 무역수지 악화 등의 문제를 야기하며 오히려 경제를 침체시킬 수 있어서다.

인플레이션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즉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양이 이전보다 점점 줄어든다는 얘기다. 그렇다 보니 그만큼 소득이 감소한 느낌을 받는다. 인플레이션을 ‘소리 없는 세금’, ‘숨은 세금’ 등으로 부르는 이유다.

▲2020년 이후 전 세계적인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의 지속성, 미국의 고율 관세정책 등의 여파 탓이다. 이에 따라 어느새 인플레이션 일상화가 ‘뉴 노멀(New normalㆍ새로운 표준)’로 정착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불과 몇 년 사이 국내외에서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합성어가 쏟아지고 있다. 특정 단어를 결합해 특정 현상이나 품목의 가격 상승을 설명하는 각종 ‘플레이션’을 붙인 신조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게다.

▲바야흐로 ‘변종 인플레이션’의 시대다. 그중 식료품 가격 인상을 반영한 인플레이션 신조어가 적잖다. 계란ㆍ우유ㆍ커피ㆍ햄버거ㆍ돼지고기 가격 급등으로 등장한 에그플레이션ㆍ밀크플레이션ㆍ커피플레이션ㆍ버거플레이션ㆍ피그플레이션 등이 그 예다.

최근엔 가격을 올리는 대신 제품의 양이나 크기를 줄여 가격 인상 효과를 내는 슈링크플레이션이 식음료·생필품에서 자주 확인되고 있다. 일종의 꼼수다. 소비자의 눈을 교묘하게 피하려는 기업의 탐욕적인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왠지 모르게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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