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계약 중단에서 얻은 것

2025-05-11

체코 현지시간으로 6일, 정오가 조금 지난 점심시간이었다. 식당에 들어가 주문을 막 마친 한국 취재진이 발칵 뒤집혔다. 체코 법원의 결정으로 다음 날 예정됐던 원자력발전소 수출 계약 서명 절차가 중지됐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다. 식탁에서 급히 노트북을 펴고 한국으로 소식을 타전했다. 한국은 저녁 7시가 넘은 시간, 최대한 빨리 기사를 마감해야 했기에 식당엔 식기 소리와 함께 타자 소리가 울렸다.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수력원자력에 패한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끈질기게 몽니를 부리고 있다. 지난해 7월 한수원이 체코와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관련 절차가 불공정했다며 체코 경쟁당국에 두 차례 이의를 제기했고, 이게 모두 기각되자 법원에 소송까지 냈다. 계약 체결식 바로 전날 체코 법원은 EDF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한수원과의 계약 서명을 멈춰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프랑스의 발목 잡기로 한수원과 체코 측은 모두 손해를 본다. 계약은 수개월 더 밀릴 수 있다. 외교적으로는 장·차관 등 대통령 특사단과 국회의원 출장단이 방문하는 행사가 직전에 불발됐으니 ‘사고’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일에서 얻은 몇 가지 교훈이 있다. 우선 호락호락하지 않은 유럽 원전 시장에서 끝까지 긴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니엘 베네시 체코전력공사(CEZ)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프랑스는 유럽에 외부 업체가 원전을 짓지 못하도록 노력하는 것 같다”며 “(EDF가) 그렇게 로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네시 CEO는 “소송을 당한 입장에서 EDF와 추가 협상은 없다”고 했다. 프랑스가 이처럼 자신들의 수주 가능성을 아예 지워버리면서까지 소란을 일으키는 데는 이번 판을 뒤집으려는 것보다 유럽에서의 기득권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게 원전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 정부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신중함’의 가치는 되찾아야 한다. 정부는 EDF가 체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법적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었다. 체코 정부가 앞서 EDF의 이의 제기를 기각했다는 점만 믿고 방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익을 위해 정치권이 하나로 모이는 의지는 이어가야 한다. 이번 체코 방문에 여러 당 국회의원이 동행한 것에 대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우리가 초당적으로 이 사업에 확신을 갖고 있다는 의지를 체코에 보여주는 게 필요했다”며 “(어려운 정치 상황에도) 여러 당이 힘을 모아 왔다는 게 고맙다”고 했다.

체코에서 만난 하나 자코바 상원의원은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하는 한국에 크게 감동했다”며 “한국 원전이 성공적으로 완공될 것을 진심으로 믿는다”고 했다. 정말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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