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참사’ 윤 정권을 돌아본다

2024-12-25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은 두 번 반복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두 번째는 희극으로.” 카를 마르크스의 유명한 이 말은 이제 고쳐야 한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은 세 번 반복한다. 두 번은 비극으로, 세 번째는 희극으로.” 5·16쿠데타와 전두환의 12·12쿠데타가 비극이었다면, 윤석열의 실패한 친위 쿠데타는 희극이다. 21세기, 대한민국 같은 사회에서 비상계엄을 통한 쿠데타라니, 이런 희극이 없다.

나는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몇달도 안 돼 이미 이 지면에서 경고했다. 가장 위험한 대통령은 “부지런하고 용감하면서 삐뚤어진 지도자, 즉 ‘잘못된 확신’에 찬 적극적인 지도자”인데 윤석열은 “임기를 시작한 뒤 몇달에 불과하지만, 보면 볼수록, 우려한 ‘부정적이면서 적극적인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든다”(2022년 10월25일자). 직언에 핏대만 올리는 것에도 우려를 표명했다. “최고결정자인 대통령이 ‘분노조절장애환자’처럼 시도 때도 없이 핏대를 세운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윤 대통령은 박근혜 등 역대 대통령들이 청와대라는 구중궁궐에 갇혀 민심과 멀어졌다며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겼다. 하지만 자신이 지은 새로운 궁궐인 ‘핏대궁궐’에 갇히고 말았다. 문제는 두 가지다. 앞으로 대통령을 뽑을 때 능력 못지않게 후보자의 성격·성정을 관찰하고 고려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윤 대통령의 핏대를 남은 임기 동안 ‘관리’하는 것이다”(2024년 7월4일자).

핏대궁궐에 갇혀 일으킨 내란으로 그의 분노조절장애는 관리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음을 보여줬다. 주목할 것은 그가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다. 당시 나는 “대통령 주변에 이 같은 음모론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부터가 심각한 문제”라며 “현대민주주의의 진짜 적은 음모론과 가짜 뉴스”라고 경고했다(2024년 8월8일자). 윤석열은 부정선거라는 음모론에 빠져서 선거관리위원회에 군을 보냈다.

두 달 전 나는 현 상황은 윤석열과 더불어민주당 중 어느 쪽도 상대방과 사회에 대해 헤게모니를 행사하지 못하고 둘 간의 평형상태가 지속되면서 파국으로 달려가는 상황(그람시 용어로 ‘파국적 평형상태’)이지만 우리는 “오랜 군사독재 때문에 쿠데타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교착상태가 장기화된다고 해서, 그람시의 우려처럼, 군이 다시 무기를 들고 나와 곤봉 앞에 모든 세력을 무릎 꿇게 하는 케사리즘이나 보나파르티즘이 들어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썼다(2024년 10월3일자).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많은 언론처럼 나는 ‘윤석열의 과대망상’을 과소평가해 군이 다시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곤봉 앞에 모든 세력을 무릎 꿇게 하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점에서는 맞았다.

나는 한 달 전 ‘윤석열의 죄와 윤석열 이후’라는 글에서 “윤 대통령의 죄가 박근혜 못지않지만, 아니 더 중하지만, 박근혜와 달리 탄핵은 어려울 것”인데 박근혜 탄핵은 “국민의힘의 뿌리인 자유한국당에서 최소한 63명이 같이해 가능했다면 윤 대통령 탄핵은 민주당과 야당이 192석이나 의석을 가지고 있어 국민의힘에서 8명 동참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썼다(2024년 11월27일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 대통령이 잘못했더라도 민주당 역시 탄핵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며 중도층도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으로 퇴진운동에 회의적이다. 따라서 “탄핵 등으로 ‘윤석열의 비극’을 빨리 끝내려면, 민주당이 도덕적·법적 문제, 1인지배체제 등에 대해 발본적 혁신으로 중도층과 일부 여당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고 썼다. 민주당이 전혀 혁신하지 않았지만, 친위 쿠데타라는 윤석열의 ‘셀프탄핵’으로 상당수 중도층이 마음을 바꿨고 국민의힘 의원 중 일부도 탄핵에 찬성해 탄핵이 가결됐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남아 있지만 나는 탄핵이 확정적이라고 본다. 이미 지적했듯이, 문제는 ‘윤석열 이후’이고 “퇴진운동 못지않게 필요한 것은 민주당의 혁신, 아니 한발 더 나아가 촛불항쟁과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탈헬조선) 사회대개혁’이다.”

사생결단정치의 근원인 승자독식주의와 대통령제를 넘어설 개헌을 포함한 대개혁을 시민들이 강제해야 한다. 윤석열이 ‘극우보수’의 전사로 강성보수세력의 구심점이 되어 사회갈등이 더 심화되는 것도 막아야 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다음 지도자는 핏대나 비상식적인 욕설 등 성격과 성정, 정신상태를 엄밀히 살펴야 한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