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 로봇도 나오나'…디즈니, 로봇 개발 힘 쏟는 이유는 [김성태의 딥테크 트렌드]

2025-03-22

디즈니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드로이드를 닮은 이족보행 로봇 ‘블루’가 이달 18일(현지시간) 미국 산호세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기술 콘퍼런스 GTC 2025 무대에 서자 환호가 터져나왔다. 이 로봇은 아이처럼 두 발로 걸었다. 소리를 내며 춤을 추기도 하고 두 개의 안테나를 강아지 귀처럼 흔들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시선을 맞추며 교감하는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디즈니는 2023년 국제로봇학회 ‘아이로스(IROS) 2023’에서 이 형태의 로봇을 공개하며 당시에도 화제가 됐다.

이 로봇에는 1960년대부터 로봇을 개발해 온 디즈니의 기술력이 집약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즈니는 연구 개발 조직인 '월트 디즈니 이매지니어링(Imagineering·상상과 엔지니어링의 합성어)’와 ‘디즈니 리서치’를 통해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특화돼 ‘귀여움’을 자아낸다. 이 로봇의 개발 과정에 공학자뿐만 아니라 애니메이터도 참여했기에 디즈니의 특성을 로봇에 담아낼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즈니는 개발자의 의도에 부합하는 행동을 했을 때 더 큰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개발 효율성을 높였다. 개발팀이 고안한 동작을 로봇이 익히는데 이러한 강화학습 방식을 활용했다. 디즈니는 2022년 이 로봇을 고안한 뒤 일 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시제품으로 만들었다.

디즈니가 로봇을 앞세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서다. 디즈니는 로봇을 디즈니랜드와 같은 테마파크에 투입해 더욱 몰입감 있는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 등장한 캐릭터를 실제 현실로 옮겨 사람들과 상호 작용할 수도 있다. 디즈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 내 '스타워즈:갤럭시 엣지'에 이 로봇과 유사한 형태의 로봇을 선보이기도 했다. 현재 드로이드 형태의 로봇을 내세우고 있지만 디즈니의 어벤져스, 백설공주 등 다른 IP 기반의 로봇도 탄생할 수 있다. 김영무 카카오(035720)벤처스 심사역은 “디즈니는 엔터용 로봇에서 1인자인 기업”이라며 “실제 캐릭터와 똑같이 생긴 로봇이 사람이 분장하는 것 보다 관객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카일 라플린 월트 디즈니 이매지니어링 R&D 수석부사장은 “BDX 드로이드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예전에 볼 수 없던 방식으로 더 많은 로봇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을 영화 등 콘텐츠를 제작할 때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내년 개봉 예정인 스타워즈 세계관 확장 영화인 ‘만달로니안과 그로구’에 드로이드 로봇이 등장할 것으로 전해졌다. 로봇이 콘텐츠와 현실 세계를 오가며 IP가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로봇이 공중 회전 등 다양한 곡예 동작을 하는 기술 '스턴트로닉스'도 영화 등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디즈니는 첨단 기술을 고도화하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 주도권을 쥘 지 주목된다. 디즈니는 영상 속 인물의 얼굴을 젊어보이거나 늙어보이게 변환하는 인공지능(AI) 기술 ‘FRAN(Face Re-Aging Network)’도 내놨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기 캐릭터 그루트 기반의 ‘베이비 그루트’ 로봇을 공개했다. 디즈니는 엔비디아 및 구글 딥마인드와 협력해 로봇 학습 및 개발을 위한 오픈소스 물리 엔진 ‘뉴턴’을 개발하고 있다. 디즈니의 로봇이 ‘AI 두뇌’도 탑재해 피지컬 AI로 진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된다. 라플린 부사장은 “엔비디아, 구글 딥마인드와 협업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표현력이 풍부하고 매력적인 차세대 로봇 캐릭터를 제작하고 디즈니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고객과 소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