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농촌들녘을 지나다보면 가을걷이가 끝나고 한가로운 풍경에 빠져 문득 따다만 감나무에 영롱한 홍시 한 두개가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훈아도 아니고, 울엄마도 아닌 예전 국민드라마 전원일기의 한 장면이 연상되며 얼마 전 갑자기 별세한 일용엄니 김수미배우가 생각났다. 아마도 양촌리의 시골 풍경과 흡사해서인가?
군산출신으로 전북을 대표하는 여자배우, 우리농촌의 현실과 한국어머니를 대표하는 배우 김수미님. 70~80년대를 살아온 한국인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김수미님이 별세했다는 소식을 아침 출근길에 들었을 때 나는 처음에는 가짜뉴스로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건강나이 120세를 향해 달리는 시대에 누가 이런 뉴스를 믿겠는가. 더구나 그녀는 드라마.영화.여러매체를 통해 건강과 행복을 전도하며 왕성하게 활동중이지 않았던가? 김수미님을 국민의 엄니로 만든 것은 전원일기다. 요즘의 MZ세대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국민들은 전원일기와 전국노래자랑이 전 국민들에게 위안을 주는 방송으로 각인되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국이 겪었던 산업화과정에서 전통적인 가부장적인 모습과 이웃과의 관계, 농촌생활의 포근한 정을 간직하게 한 국민드라마 전원일기. 누구나 공감하기에 항상 월요일 그 시간이면 김수미님을 비롯한 전원일기 팀들이 전국가정집에 어김없이 방문하곤 했다. 김수미님이 맡았던 일용엄니역할은 일종의 감초같 은 역할이었다. 전형적인 농촌드라마이며, 우리모두의 뿌리가 농촌이라고 각인시켜준 드라마였다. 아마도 배우 김수미가 해 냈던 그런 드라마는 안 나올 것이기에 오늘따라 그녀가 그리워진다. 그녀가 열연했던 전원일기는 문화재급으로 인정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고인은 소탈하고 정이 많은 분이었다. 일용엄니는 우리가 과거에 느꼈던 따뜻하고 헌신적인 어머니 그 자체이다. 정제되지 않은 거칠고 투박한 말투는 그 당시 산업화과정에 있던 우리모두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해주었다.
그녀의 현실감 있는 연기는 드라마를 보고있던 사람들에게 실제로 그당시의 고향집어머니를 느끼게해 주었고,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가족을 위해 헌신하던 모습은 전국민들을 울리고 웃게했으며 내고향집을 생각나게 해 타지에서 생활할 때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했다. 한편, 김수미님의 삶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무당으로 활동했던 시절도 있었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고한다. 젊은 시절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고, 어느땐 그런 고통들이 다른 길을 유도하기도했다. 그러나 그런 역경을 다 이겨내 결국 연기자로써 성공하게된다. 그는 여러차례 인터뷰를 통해 삶에 지치거나 힘든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해주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해주고 위로와 희망을 주는 사람을 우리는 스타라고 부른다. 김수미님이 우리시대의 진정한 스타이다. 소탈하고 소박한 동네이웃집아줌마이며, 어느때는 쌍욕을 해도 싫지 않으며 내가하고 싶은 욕을 대신해줄 땐 희열감이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 김수미님은 훌륭한 삶을 사신분이다. 고인이 계신 하늘나라는 욕하고 시기할 일이 없는 천국이다 보니 이제는 웃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기를 기원해본다. 갑자기 어머니가 보고싶어지는데 오늘 퇴근길은 혼자계신 어머니집에 들러 나훈아의 홍시라도 들으면서 저녁도 같이 먹으면서 시간 좀 보내야겠다.
박건후 전주농협경영지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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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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