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찬 병에 잉크를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어느새 퍼진다.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도 시간이 갈수록 자세가 흐트러진다. 자연이나 시스템은 그대로 두면 무질서가 증가한다. 이러한 현상을 물리학에서는 엔트로피(무질서, 쓰레기) 증가(열역학 제2의 법칙)로 표현한다.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사진)은 이 물리학 용어를 사회현상에 차용했다. 다시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할 것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에게 탄소중립을 위한 시간을 재촉하는 리프킨이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류 문명의 혜택은 증가했다. 반면 리프킨은 지구가 결국 모든 에너지를 고갈해 엔트로피가 확 늘어 파멸에 이른단다. 에너지 남용을 넘어 질서가 깨진 우리 사회 모습은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 깨진 유리창 이론도 같은 맥락이다. 유리창 하나를 부순 채로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늘어난다. 사소한 무질서 방치가 큰 문제로 확산한다. 이런 엔트로피에 대항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첫째, 타인과 더 멋진 세상을 만드는 연결의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공감, 배려, 포용은 갈등확산과 격차 확대를 줄일 수 있는 무한 동력이다. 둘째, 세계경제포럼은 환경친화적 도시가 인류 사회가 직면한 복합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믿는다. 이는 건강 증진과 사회적 네트워크 강화 효과로 개인과 사회의 회복탄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셋째, 미국의 전기공학자 클로드 섀넌은 ‘통신의 수학적 이론’ 논문에서 정보 엔트로피를 ‘미지의 정도’로 정의했다. 정보의 홍수에서 불필요한 정보는 줄이고, 유용한 정보 격차를 완화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은 틀렸다. 아무것도 안 하면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피로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지금이야말로 세 가지 방향으로 혼돈과 무질서에서 벗어나고 복원력을 키울 때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