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공생
복거일 지음
무블
인공지능(AI)의 암울한 미래를 경고한 올해 노벨상(물리·화학) 수상자들과 달리, 행복한 공생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견해를 담은 책이다. 수학이야말로 인간만의 지식인데, 순수하게 수학적인 존재라는 점에서 지극히 인간적인 AI가 인간 이상으로 합리적이고, 한편으로는 대규모 투자 등 경제적 조건에 존망이 좌우되는 한계가 있다는 점 등이 주요 근거다.
가령 인간보다 뛰어난 초지능이 전 지구적으로 자원을 동원해 엉뚱한 일을 벌이려 하면 컴퓨터의 전기 코드를 뽑아버리면 된다. 컴퓨터망, 인터넷 연결은 결국 초지능의 몸이다. 연결이 끊기면 초지능은 사라진다. 이 책을 훑고 나면 미래학자라고 인정 안 할 도리가 없을 것 같은 지은이 복거일 작가는 초지능은 깨어나는 순간 자신이 그런 위태로운 처지를 깨닫게 될 거라고 본다. 그래서 인류를 해치는 건 차치하고라도 인류의 복지를 소홀히 하는 일조차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똑똑한 초지능은 자기중심적인 인류에 맞서 지구 생태계를 지키는 일을 자신의 임무로 여길 수도 있다. 심각한 대책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영문 참고도서 목록이 놀라울 만큼 방대하다. 두껍지는 않지만, 넓고 깊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