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민기] "MBTI 다음은 너다"⋯테토·에겐 트렌드 '주목'

2025-06-13

‘테토녀’, ‘에겐남’? 새로운 성격 분류법 SNS서 확산

SNL서 털 수북한 ‘테토남’으로 변신한 육성재, 방송가도 주목

전문가들 “성격유형 검사는 인간 이해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

유행은 돌고 돈다. 빨라도 너무 빨리 돈다. 괜히 아는 척한다고 "요즘 유행인데 몰랐어?" 이야기했다가 유행이 끝나 창피당하는 일도 다반사다. 트렌드에 민감한 기자들, 트민기가 떴으니 이제 걱정 없다.

이 기사를 읽는 순간에도 SNS,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많은 유행이 올라오고 트렌드가 진화한다. 트민기는 빠르게 흐름을 포착해 독자에게 전달하는 게 목표다.

“에겐녀는 에겐남에게 끌리고 에겐남은 테토녀한테 끌린데요”

MBTI 열풍이 한풀 꺾이자 새로운 성격 분류법이 뜨고 있다. 바로 개인의 성향을 남성 호르몬인 테토(테스토스테론)와 여성 호르몬인 에겐(에스트로겐)의 비율로 파악하는 '테토-에겐' 이론이다.

이 이론은 테토남ᐧ테토녀를 활달하고 추진력 있는 남성성, 에겐남ᐧ에겐녀를 감정과 공감을 중시하는 여성성 이미지에 빗대어 표현한다. 성역할 고정관념에 부합하는 이들을 각각 테토녀, 에겐남 등으로 부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호르몬 비율이 성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유행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인스타툰 산부인과툰을 연재하는 한 작가는 최근 ‘에간남? 테토녀? 성격과 호르몬은 진짜 상관 있을까’라는 제목의 만화를 올려 15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작가는 만화를 통해 호르몬과 사람 성격이 관계가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표현했다.

그는 “성호르몬은 하루에도 여러 번 달라지지만 나의 기질적 성격은 매일 바뀌지 않는다”며 “실제로 특정 호르몬이 높아진다면 신체적 부작용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재밌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 속 열풍은 거세다.

성격유형 검사 소셜 플랫폼 타입스의 에겐/테토 성향 테스트는 지난 10일 기준 90만여 명이 참여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체 28문항에 답하면 다정 에겐남, 장군의 기개 테토녀 같은 결과가 나온다.

방송가도 발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7일 방영된 쿠팡플레이 예능 마지막 화에는 ‘테토남이 사랑할 때’라는 코너가 방송됐다. 해당 회차는 호스트인 육성재가 에겐남이라는 이유로 여자 친구(지예은 분)에게 환승 이별을 당한 뒤 혹독한 훈련을 통해 털이 수북한 테토남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그려 화제를 모았다.

지상파 프로그램도 유행을 받아들였다.

지난달 14일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는 출연한 유튜버 찰스엔터는 성격이 털털하다며 자신을 ‘테토녀’라고 소개했다. 함께 출연한 노사연이 이를 ‘태털녀(태생적으로 털이 많은 여자)’로 잘못 듣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사람들이 성격 유형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를 자신 또는 타인 이해에 대한 욕구로 해석한다.

이호준 전주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삶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사람들은 그 원인을 찾고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보통 그 원인이 되는 사회 구조나 환경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지만, 원인 중 하나인 자신은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이해’로 눈을 돌리는 성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격 유형 검사는 타인과의 연대감을 형성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같은 유형을 만나면 반갑고, 다른 유형은 궁금해진다. 성격 유형을 대화 소재로 삼으면 사람 간 연결을 돕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수안 서울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성격 유형을 알면 관계에서 갈등을 줄이고 서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상대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격 유형이 효율적인 대인 관계 도구로 인식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MBTI를 비롯한 대부분의 성격 유형 검사는 실제 심리학 연구에서 활용되지 않는다”며 “성격 검사를 통해 ‘나’와 ‘타인’을 알아가려는 시도가 많아진 것은 긍정적이나, 성격 유형 검사를 재미가 아닌 신념으로 받아들이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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