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말투, 부부 갈등의 핵심 원인…“존중받고 싶은 마음이 상처로 번진다”
사소해 보일 수 있는 말투나 태도가 부부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작은 말투의 변화나 무심한 태도가 상대방에게는 깊은 상처로 다가와 결혼 생활 전체를 흔드는 갈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다.

심리학자 마크 트래버스 박사는 여론조사업체 유고브(YouGov)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분석해 부부 갈등의 주요 요인을 도출했다고 13일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부부가 가장 자주 충돌하는 이유는 바로 말투와 태도였다. 약간 높아진 목소리, 비꼬는 말투, 대화 중 눈을 굴리는 행동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표현 방식은 겉으로는 사소해 보여도, 실제로는 상대방에게 무시나 조롱으로 해석돼 깊은 감정의 상처를 남길 수 있다.
트래버스 박사는 “갈등 상황에서는 단순히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그렇게 말하니까 기분이 상해. 다시 말해줄 수 있어?’처럼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부부 갈등의 두 번째 주요 원인은 ‘가족 관계’로 나타났다. 배우자의 가족 문제나 자녀 교육과 관련된 가치관의 차이가 갈등을 유발한다.
어느 한쪽이 배우자의 가족에게 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다른 쪽은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교육 방식이나 훈육 문제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며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밖에도 ‘집안일 분담’과 ‘의사소통 방식의 차이’가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단순한 일상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나도 존중받고 이해받고 싶다”는 감정적 욕구가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말투, 가족 문제, 집안일, 의사소통 방식 등 모든 갈등의 바탕에는 결국 ‘나를 지지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트래버스 박사는 “대부분의 부부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원하고 있다.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지지받고 있다는 확신”이라며 “갈등은 이러한 감정이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같은 맥락에서, 말투와 표정 같은 작은 요소들이 갈등의 불씨가 되는 이유는 인간관계에서 ‘존중받고 싶은 욕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말한다.
한 관계 전문가는 “상대방은 말의 내용보다도 그 말을 어떤 ‘톤’과 ‘태도’로 했는지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며 “우리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무시당했다’, ‘내 감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로 전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부 관계처럼 매일 부딪히는 관계에서는 이런 작은 상처들이 반복되면 신뢰가 조금씩 무너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말의 내용보다 말하는 방식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갈등을 줄이기 위한 소통법으로는 감정을 숨기기보다는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그렇게 말하면 속상해. 다시 한 번 이야기해 줄 수 있어?”와 같은 말은 감정을 전달함과 동시에 상대방에게 개선의 여지를 줄 수 있다.
부부 관계의 핵심은 “내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가”, “상대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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