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찾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경제전시장. 경주엑스포대공원의 랜드마크 경주타워 옆에 2700㎡ 규모로 마련된 이 전시장 일대는 손님맞이 준비로 분주했다. 정상회의장으로 사용되는 화백컨벤션센터(HICO)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쳤다. 박장호 APEC 준비지원단 의전홍보과장은 “인구 24만 명의 조용한 도시인 경주가 APEC으로 들썩이고 있다”며 “도시 특성상 큰 빌딩 하나 없는 경주지만 덕분에 한국적인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우리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경주가 27일부터 본격적으로 APEC 정상회의 주간에 돌입한다. 최종고위관리회의(CSOM·27~28일)와 외교·통상 합동각료회의(AMM·29~30일), 최고경영자(CEO) 서밋(28~31일) 등이 잇따라 열린다. 31일과 다음 달 1일에는 하이라이트인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주요 시설들은 이미 가동 준비가 끝났다. APEC 경제전시장에선 우리나라 산업의 역사와 현재·미래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불국사 삼층석탑, 월정교를 모티브로 한 구조물을 활용해 반도체·조선·바이오·뷰티 등 우리의 핵심 산업을 딱딱하지 않게 풀어냈다. 4대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신제품·신기술을 선보이는 공간도 마련됐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초청한 외국 구매자 수십 명이 찾는 등 단체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일반에는 APEC 정상회의 폐막 후 공개될 예정이다. 경북 구미에서 경주를 찾은 손상부(39) 씨는 “경주를 종종 찾지만 최근에는 도로 분위기부터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외국인들도 많이 보여 APEC을 실감하게 된다”며 “경기가 안 좋은데 긍정적인 효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APEC 정상회의 주간 21개 회원국 정상 및 각급 관료, 기업인, 언론인 등 2만여 명이 경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이 묵을 숙소도 1만 2812실 확보했다. 정상들이 묵는 숙소(PRS)는 새로 마련된 9개를 포함해 총 35개다. 중앙정부와 경북도는 70여 차례 합동 점검을 거쳤다. APEC 준비기획단장인 김민석 국무총리는 그동안 8차례의 현장 점검을 가졌다.
전 세계의 방문객들을 사로잡을 이벤트들도 이어진다. 경주박물관은 28일부터 1921년 금관총 발굴 이래 최초로 신라 금관 6점을 한자리에서 전시한다. 올해 7월 우양미술관에서 개막한 백남준 특별전, 전통 예술 공연 ‘서라벌 풍류’, 11월 3일까지 이어지는 보문 멀티미디어 아트쇼 등이 세계인의 눈길을 끌 예정이다.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K푸드·뷰티·패션 등도 각국 정상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CJ제일제당과 농심·롯데GRS 등 국내 식품·외식 기업들은 행사장과 숙소에 라면·떡볶이 등 다양한 우리 음식을 제공한다. 황룡원에선 K뷰티 전시관이 운영된다. LG생활건강·에이피알 등 공식 협찬사들의 제품을 체험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국내외 주요 경제인들도 경주에서 만나볼 수 있다. 경주역 근처에서 만난 한 50대 시민은 “이번 APEC 행사가 작게는 경주, 크게는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특히 국내 기업들도 자기 제품 홍보에 사활을 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상회의는 2개의 세션으로 진행된다. 31일 열리는 제1세션에선 ‘더욱 연결되고 복원력 있는 세계를 향하여’라는 주제로 무역 및 투자 증진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다음 날 이어지는 제2세션은 ‘미래의 변화에 준비된 아시아태평양 비전’을 의제로 인공지능(AI) 발전, 인구구조 변화 등을 주제로 토의가 진행된다. 정상회의 결과물인 ‘경주선언’ 내용도 관심사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속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가치를 담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부터는 주요 행사장이 위치한 보문단지의 출입이 통제됐다. 방문객들은 제2동궁원 또는 경주엑스포대공원의 환승 주차장에 주차한 후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경주 주민들의 경우 미리 비표를 발급해 이동에 불편이 없도록 했다. 정상회의 주간 하루 최대 1만 8500명의 경찰력이 동원되고 드론에 대응하는 전파 교란 장치와 장갑차·헬기 등 대테러 장비도 투입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