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읽는 한반도] "동북아 안전, 결국 미중 관계에 달렸다"

2025-03-04

[비즈한국]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요충지로 여겨지는 한국과 대만은 동병상련 처지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대만에 GDP의 10%에 달하는 방위비 분담을 요구했는데, 이는 한국에도 곧 닥쳐올 위기다.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도 마찬가지다. 비즈한국은 ‘대만에서 읽는 한반도’ 시리즈를 통해 대만의 정치·안보·경제 핵심 인물들을 만나 현 상황을 진단하고, 한국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다.

대만은 국내 정치와 안보 문제도 한국과 닮았다. 대만은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모병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중국의 침공 위협에 대비해 전력을 증강해야 한다는 요구도 강하다. 대만은 중국의 위협을 견제하면서도 민주공화국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지난 2018년, 대만은 1년이던 의무 복무 기간을 4개월로 크게 단축했다. 기초 군사훈련만 받는 식이라 사실상 ‘모병제’로 전환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6년이 지난 2024년 1월, 복무기간은 다시 1년으로 늘었다. 병력 감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지만, 대만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압박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다.

현재 대만의 안보는 어떤 상황일까. 또 ‘중국의 2027년 대만 침공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대만 국방안전연구원(財團法人國防安全硏究院, INDSR)을 방문해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

지난 2월 12일 비즈한국은 대만 국방안전연구원의 선밍스(沈明室), 쉬즈샹(許智翔), 리쥔이(李俊毅)​, 린즈하오(林志豪) 연구원을 만났다. 이날 인터뷰에서 국방안전연구원 관계자들은 대만의 군 전력 상황과 중국의 침공 시나리오, 징병제 등에 관해 언급했다.

쉬즈샹 연구원은 대만이 병력 부족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쉬 연구원은 “대만이 복무기간을 줄인 것은 정치적인 이유가 컸다. 청년층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복무기간을 점차 단축한 것이다. 전공과 기술을 살릴 수 없다는 점에서 고학력 청년층이 군 복무를 시간 낭비로 인식하고 있었다. 중국과 전쟁 가능성이 낮다고도 판단했다. 다만 현재 병력의 근본적인 문제는 제도적인 것이 아니라 출생률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1년에서 4개월로 단축한 군복무 기간을 다시 1년으로 늘린 이유 역시 병력 부족이 원인이다. 선밍스 연구원은 “2022~2023년 중국의 위협이 증가하면서 차이잉원 총통(蔡英文, 대만 14·15대 총통)은 행정명령을 통해 복무 기간을 1년으로 복원했다. 다만 ‘모병제’로 전환했다가 징병제로 회귀한 것은 아니다. 대만은 헌법에 징병제를 명시하고 있다. 복무기간을 4개월로 줄일 때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기간을 1년으로 복귀시킬 수 있다는 조항을 남겨두었다. 만일 한국도 모병제로의 전환을 고려한다면 이런 조항을 남겨두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만 국방안전연구원은 한국과 대만이 유사한 병역 문제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쉬즈샹 연구원은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한국과 유사하다. 군사 훈련은 4개월도 부족하지만, 1년으로 늘린다고 충분한 것도 아니다. 결국 ​군사훈련을 ​일정 기간에 얼마나 충분하게 할 수 있느냐, 이 훈련이 얼마나 현대화됐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밍스 연구원은 “군대에서 폭력, 학대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도 한국과 유사하다. 또 자기 분야와 전공이 있는 청년들이 군대에서는 본인의 기술을 활용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여성 군복무에 대해서는 이미 지원병으로 여성 복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선밍스 연구원은 “대만에서는 여성이 부사관뿐만 아니라 사병으로 입대할 수 있다. 또 한국과 달리 남성 징병을 둘러싼 논쟁이 크지 않고, 이 문제가 사회 갈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대만 국방부는 성평등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성별에 따른 차별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린즈하오 연구원은 “한국은 학군사관후보생(ROTC)과 예비군 제도를 매우 잘 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만과 달리 한국은 일반 병사에 대한 지원병 제도는 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복무 기간을 1년으로 다시 늘린 이후, 대만의 병력 부족 문제는 해결됐을까. 선밍스 연구원은 “현재 전체 병사 충원 비율은 70~80% 수준이다. 장기적인 훈련이 필요한 부대나 부사관들이 있어야 하는 부대는 병력 부족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국방안전연구원에 따르면 대만의 군 전력 문제는 단순히 병력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리쥔이 연구원은 “인력 부족 문제만 있는 건 아니다. 전투 임무를 부여할 때 1년이라는 기간에 훈련을 전부 받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있지만, 이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계속 군에 남아있느냐에 대한 문제도 있다. 얼마나 현대화된 무기로 군사훈련을 시킬 수 있느냐도 문제다.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퇴역을 하더라도 사회질서 유지와 영토방어를 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병역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린즈하오 연구원은 첨단 기술이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징병제를 확대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현대화된 군사 훈련과 기술 훈련이 부족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대만의 국방 개혁은 단순한 복무 기간 연장이 아니라 AI를 활용한 자동화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현재 대만은 복무 기간을 추가로 연장할 계획이 없다. 린즈하오​ 연구원은 “1년 이내에 훈련 규정과 자대배치 규정을 바꿀 예정이다. 다만 1년 복무 기간은 당분간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침공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리쥔이 연구원은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을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시진핑 주석의 권력 안전성,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사적 능력, 미국의 개입 가능성​이다. “시진핑 주석의 국내 권력이 안정돼 있으면 대만을 침공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았을 경우 침공 가능성이 있다. 또 중국의 군사적 능력이 상승한 건 사실이지만, 상륙 작전 능력에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 대만 연안은 대도시가 모여 있어 도시전을 치르는 것이 불가피하다. 가장 중요한 건 미국의 개입 가능성이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미국이 개입한다면 중국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판단해야 한다.”

리쥔이 연구원은 중국의 침공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미국 개입 가능성을 고려하면 대규모 전쟁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 문제는 미·중 관계의 틀에서 봐야 한다. 핵심은 미국이 개입했을 때 중국 인민해방군이 미국을 억제할 능력이 얼마나 되느냐다. 현재 한국에는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4개의 주요 군사기지가 있다. 이 기지들이 중국 인민해방군을 견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쉬즈샹 연구원은 “병력 차원에서는 중국이 2030년대에 대만 침공이 가능하다고 본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은 중국의 군사 능력이다. 시진핑의 정권 안정성은 그다음이다. 현재 진행되는 중국의 군사 훈련은 대대급 이하의 훈련이기 때문에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2기, 동아시아 정세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쉬즈샹 연구원은 “동아시아의 안보는 결국 미국의 입장에 의해 결정될 거라고 본다. 일본의 군사 대국화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미·일 동맹 안에서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쉬즈샹 연구원은 북한의 역할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2기에 북한의 역할이 커지면서 동북아시아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있다.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전쟁이 중국에게는 항미원조(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왔다) 전쟁이었다면, 대만해협 전쟁이 발발한다면 북한은 항미원중(미국에 맞서 중국을 돕는다)의 논리로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가능성이 크지 않다. 북한의 목표는 정권 유지다.”

대만은 북한이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 등 다른 국가와의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린즈하오 연구원은 “북한은 주변 정세를 매우 이성적으로 평가한다. 위기 상황에서 핵무기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본다. 현재 북한은 중국,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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