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스 하이’, 인간에게 각인된 뇌의 선물…중강도 운동, 삶을 바꾼다

2025-05-20

“몸은 힘든데, 기분은 정말 좋다.”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운동 후 느끼는 기분 좋은 만족감, 이른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단지 성취감 때문이 아니다. 운동 중 뇌에서 분비되는 특정 화학물질, 특히 엔도카나비노이드 덕분이다. 의학계 설명에 따르면, 이 물질은 대마초 성분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통증을 줄이고 기분을 좋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일정 시간 이상 지속하는 중강도 운동이 이 물질을 분비하게 만든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20분 이상 꾸준한 조깅, 하이킹, 자전거 타기, 오르막 걷기 같은 운동이 적당한 강도로 유지될 때 가장 강한 효과가 나타난다. 너무 쉬워도 안 되고, 너무 고강도여도 효과가 줄어든다는 게 정설이다.

왜 인간에게 이런 ‘기분 좋은 보상 시스템’이 생겼을까. 연구에 따르면, 답은 진화에 있다. 초기 인류는 생존을 위해 사냥과 채집을 해야 했고, 때로는 하루종일 걷거나 뛰어다니는 장거리 이동이 필요했다. 인간을 포함한 거의 모든 생명체는 태생적으로 생존을 위해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본능을 가진다. 가능한 한 적은 에너지를 쓰는 방식으로 몸을 움직이는 식이다. 결국, 힘들기보다는 편안하게 움직이려는 게 생명체의 공통된 본능인 셈이다.

강도가 높은 동작은 칼로리를 많이 써야 한다. 그걸 하려면 뇌는 어떤 유혹이 필요했다. 그게 바로 러너스 하이, 즉 엔도카나비노이드가 만들어주는 자연적 기분 상승 효과라는 게 과학 가설이다. 뇌가 “조금만 더 해봐. 지금 힘든데 분명히 좋은 걸 느낄 거야”라고 말하는 식이다.

이 효과는 ‘혼자’보단 ‘함께’일 때 더 커진다. 이 신경물질이 사회적 유대감도 촉진한다는 장점도 있다. 과학자들은 “엔도카나비노이드는 불안감을 줄이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우며, 사람 간 친밀감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실제로 운동 후 타인에게 더 관대해지고, 공동체에서 협력하려는 성향이 강해짐을 체감한다. 부부, 애인이 함께 운동했을 때 더 많은 사랑과 지지를 느꼈다는 보고서도 있다.

우리 뇌는 오늘도 ‘기분 좋은 피로’를 기다리고 있다. 러너스 하이는 ‘운동 좀 하면 기분 좋아진다’는 낭만적 개념을 뛰어넘는다. 꾸준히 중강도 운동을 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 쉽게 기쁨을 느끼고, 더 자주 사람들과 연결되며 더 오래 건강한 몸과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

요즘 밤에 거리를 달리고 공원을 뛰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오늘부터 몸이 조금 힘들더라고 뛰어보자. 힘들 때 적절한 쉼과 함께 운동하는 게 삶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본능적인 회로임을 체감할 것이다. 조깅, 자전거, 속보 산책, 춤, 요가, 배드민턴, 탁구 등 어떤 것이든 20분 이상 적당한 강도로 해보자. 기분 좋은 뇌는 지금 움직이는 사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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