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등 중동 감소…유럽·북중미·아프리카 증가
해외수주 다각화 위해 새 정부 적극 지원 필요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지난해보다 감소하는 추세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파이프인 중동에서의 수주가 감소한 탓이다. 그나마 북중미, 아프리카 등 다른 권역이 늘어난 점은 긍정적이다.

9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 말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총 105억3786만 달러(약 14조 3188억 원)다. 이는 전년 동기 132억615만 달러 대비 20.2% 줄어든 수치다. 1분기가 넘은 시점임을 고려하면 올해 정부가 세운 연간 수주 500억 달러 달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해외수주 감소에는 주된 사업지인 중동 지역 수주 감소 때문이다. 지난해 98억353만 달러에서 올해 55억9285만 달러로 절반에 가까운 43.0% 가량 줄었다.
특히 중동의 큰 손인 사우디에서의 발주가 눈에 띄게 감소한 점이 결정적이다. 지난해 81억 달러에서 올해는 26억 달러로 3분의 1가량 토막 났다. 중동 지역 내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저유가가 이어지면서 사우디는 재정악화를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2030년 리야드 엑스포, 2034년 월드컵 등 대형 이벤트도 개최해야 해 건설 프로젝트에 쓸 돈이 부족하다. 사우디가 야심 차게 진행 중인 신도시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진행이 지지부진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행인 점은 중동 외 지역에서 수주고가 늘었다는 점이다. 북미·태평양(24억5966만 달러)과 유럽(9억2251만 달러)의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3.7%와 156.9%씩 증가했다. 아프리카도 1억 달러에서 4억8700만 달러로 5배가량 늘었다. 또한 미뤄진 체코원전이 정식 계약을 맺을 경우 173억 달러의 수주고를 추가할 수 있게 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의존도가 높은 중동 건설시장이 문을 닫을 경우 국내 건설사들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유럽과 북중미에서의 수주 증가는 국내 건설사들의 경쟁력 강화와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다만 건설업계는 해외수주 확대를 위해서는 건설사뿐만 아니라 정부 지원도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주무 부서인 국토교통부도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수주지원단을 파견했다. 탄자니아가 동아프리카 교역 관문으로 정부 주도의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인 데다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런 지원 기조는 새 정부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건설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건설 인프라펀드'를 확대하겠다고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