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년 브레게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여성 시계의 진화 [더 하이엔드]

2025-11-20

스위스를 대표하는 파인 워치 메이커 브레게(Breguet)가 지난 10월, 설립 250주년을 기념해 대표 여성 컬렉션인 레인 드 네이플(Reine de Naples)의 새로운 라인업을 공개했다. 이번 신제품은 총 7가지 모델로 구성됐다. 주기에 따른 달의 변화를 보여주는 문페이즈 기능의 일련번호 9935 모델 4종과 시∙분침만으로 현재 시각을 알려주는 간결한 ‘타임 온리’ 8925 모델 3종이다.

여성 시계의 역사를 쓰다

‘나폴리의 여왕’이란 뜻의 레인 드 네이플은 보기 드문 타원형 케이스가 특징으로 2002년 첫선을 보였다. 이후 장인의 ‘손맛’을 더한 아트 피스부터 복잡한 기능을 갖춘 컴플리케이션 모델에 이르기까지 진화를 거듭하며 브레게를 대표하는 아이코닉 컬렉션으로 자리매김했다. 배터리 구동 방식의 쿼츠 시계가 주를 이루던 여성 시계 시장에서 기계식 무브먼트의 부흥을 이끈 주역 중 하나다.

이번 신제품은 서울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그레고리 키슬링 최고경영자(CEO)도 서울을 찾았다. 국내 시장, 특히 성장 가능성이 큰 여성 기계식 시계 분야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브레게는 올해 250주년을 맞아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기념 모델을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4월 프랑스 파리에서 선보인 클래식 서브스크립션 2025을 시작으로, 트래디션 7035(5월, 중국 상하이), 타입 XX 크로노그래프 2075(6월, 미국 뉴욕), 클래식 투르비용 시데랄 7255(6월, 스위스 제네바), 마린 오라문디 5555(9월, 영국 런던)가 그 뒤를 이었다.

여왕 위한 시계에 영감 얻어

레인 드 네이플 컬렉션의 뿌리는 브레게의 설립자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1810년부터 1812년 사이 제작한 타원형 시계에서 찾을 수 있다. 워치메이킹 역사상 ‘최초의 손목시계’로도 알려진 이 시계는 나폴리의 여왕 카롤린 뮤라를 위해 만들어졌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1세의 여동생이기도 한 그는 생전 총 34점에 달하는 시계를 주문한 브레게의 열렬한 고객이었다.

이 시기부터 브레게는 여성용 시계 제작에서 남다른 면모를 보였다. 한 세기 가까이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로 군림한 ‘마리 앙투아네트’ 회중시계(1827년) 역시 여성을 위해 제작한 컴플리케이션 시계였다. 레인 드 네이플은 이처럼 브레게가 고수해온 여성용 시계 제작 전통을 잇는 컬렉션으로, 현재 예술성과 기술력을 겸비한 하이엔드 워치의 상징으로 평가받는다.

달 위상 변화 우아하게 담아

새로운 레인 드 네이플은 모델에 따라 다이얼 소재와 색상, 스트랩 형태가 다양하지만, 모두 브레게가 자체 개발한 18캐럿 골드 합금 ‘브레게 골드’를 케이스 소재로 사용했다. 브랜드의 250주년을 기념해 개발한 이 합금은 골드에 일정 비율의 실버∙구리∙팔라듐을 배합해 완성된다. 그 결과 일반적인 핑크 골드보다 밝고, 옐로 골드보다 한층 부드럽고 따뜻한 빛을 낸다.

9935 모델은 복잡한 메커니즘 속에서도 서정적 매력을 드러내는 라인업이다. 손목 위에서 달이 차고 기우는 모습을 표현한 문페이즈는 여성 고객이 특히 선호하는 기능으로, 이번 신제품에서는 그 크기를 키워 존재감을 더욱 강조했다. 또 무브먼트의 잔여 동력을 표시하는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없애 한층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다이얼 구성을 완성했다. 이를 위해 브레게는 무브먼트를 새로 설계했다.

장인의 섬세한 '손맛'으로 시계 안팎 꾸며

다이얼을 포함한 여러 디테일에서도 이전 문페이즈 버전과의 차별화가 돋보인다. 인덱스 역할을 하는 아라비아숫자 사이에는 6개의 서양배(pear) 모양 다이아몬드를 세팅했고, 12시 방향 브랜드 로고 위에는 같은 형태의 젬스톤(다이아몬드 또는 블루 사파이어)을 장식했다. 문페이즈 디스플레이의 핵심인 달 모티브는 화이트 머더오브펄(자개) 소재로, 볼록한 돔 형태 표면에 눈∙코∙입을 새겨 의인화했다. 이 달은 짙푸른 어벤추린 글래스 디스크 위에 배치돼 밤하늘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가독성도 좋다.

7시 방향 스몰 세컨즈(초침) 인디케이터엔 나선형 패턴의 기요셰 장식이 새겨졌다. 브레게 첫 공방이 있던 파리 시테섬과 센 강의 곡선에서 영감을 얻은 패턴으로, 첫 공방 이름을 따 ‘퀘드올로지’라 명명했다. 다이얼은 머더오브펄 버전과 그 위에 어벤추린 글라스를 더한 버전, 그리고 다이얼 전체를 화이트 다이아몬드로 세팅한 화려한 버전까지 세 가지로 구성된다.

케이스 6시 방향에는 다이아몬드를 스노 세팅한 볼 형태 러그를 달았다. 브레이슬릿이나 스트랩을 연결하는 장치로, 본 컬렉션의 특징인 타원형 케이스와 카롤린 뮤라가 생전 즐겨 착용한 진주에서 영감을 받아 구 형태로 만들었다. 브레게가 새롭게 고안한 입체적인 브레이슬릿 디자인은 이 러그 볼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백케이스를 통해서는 로터의 회전으로 동력을 저장하는 오토매틱 칼리버 537L2의 섬세한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다. 약 250여 개의 부품으로 조립된 이 ‘심장’은 시간당 2만5200회 진동하며 시계의 정확성을 보장한다. 태엽이 완전히 감겼을 때 파워리저브는 45시간이다. 또한 자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사용해 자기장 저항 성능을 높였다. 로터에는 브레게가 이번 모델을 통해 처음 선보인 ‘쁘띠 트리아농’ 모티프 기요셰를 새겼다. 이는 베르사유 궁전 별궁의 사각형 외관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브레게 고유의 미학 정신을 드러낸다.

순수한 주얼리 워치의 표본

8925 모델은 중앙을 벗어난(오프센터) 다이얼 위에 2개의 시곗바늘을 얹은 간결한 구성으로, 주얼리 워치 본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베젤과 플랜지(다이얼 가장자리), 챕터링(오프센터 다이얼을 감싼 링), 러그 볼, 크라운 등 시계 곳곳에 다이아몬드를 풍성하게 세팅해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모델에는 오토매틱 방식 칼리버 586/1이 쓰였다. 문페이즈 모델과 마찬가지로 자기장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실리콘 소재 밸런스 스프링을 장착한 시계의 ‘심장’이다. 다이얼은 화이트 머더오브펄, 브레게 골드, 블랙 어벤추린과 블랙 래커 등 총 3가지. 모든 모델의 오프센터 다이얼에는 퀘드올로지 기요셰 장식을 더해 정교한 장인정신을 보여준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소재는 모두 브레게 골드다. 브레게의 키슬링 최고경영자는 이번 신제품에 대해 “주얼리와 타임피스를 넘나들며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착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했다. 여성 시계 고급화가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25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레인 드 네이플은 브레게가 제시하는 여성 워치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주는 결과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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