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오며 국내 호텔 대기업들이 손님맞이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특히 해외 고객 유치의 핵심 통로인 글로벌 호텔 체인과의 협업 방식을 단순한 ‘간판 빌리기’에서 벗어나 각 사의 생존 전략에 맞춰 정교하게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최근 GS그룹의 파르나스호텔과 신세계그룹의 조선호텔앤리조트가 보여준 상반된 행보가 이 같은 흐름을 대표한다.

파르나스, IHG에 메리어트 더해 ‘양날개’
파르나스호텔은 지난 달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를 개관했다. 기존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IHG그룹)에 이어 바로 인근에 메리어트 계열 호텔을 추가로 운영하면서 국내 최초의 ‘멀티 브랜드 전략’을 펼쳤다. IHG와 메리어트라는 글로벌 양대 체인을 동시에 품은 것이다. 이를 통해 파르나스는 ‘IHG 원 리워즈’와 ‘메리어트 본보이’ 등 양대 멤버십의 충성 고객을 동시에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여인창 파르나스호텔 대표는 “웨스틴은 파르나스가 지향하는 가치와 이상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브랜드”라며 “단순한 브랜드 교체가 아닌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특정 글로벌 체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외국인 관광객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리스크 분산’ 전략으로 풀이한다. 한쪽 체인의 정책 변화나 부침에도 다른 쪽 체인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양날개’를 달았다는 것이다.

조선호텔, ‘메리어트 동맹’ 강화로 승부수
반면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선택과 집중’의 으로 정반대 행보를 택했다. 이미 ‘웨스틴 조선’(서울·부산)과 ‘조선 팰리스’(럭셔리 컬렉션)를 통해 메리어트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조선호텔은 최근 메리어트와의 ‘단일 동맹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개관 111주년을 맞아 발표한 로드맵에서 자사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를 메리어트의 럭셔리 컬렉션으로 편입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향후 계획이다. 조선호텔은 2030년까지 인천 청라, 대전 유성 등에 5개의 신규 호텔을 위탁 운영 방식으로 오픈해 총 14개 호텔 체제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조선호텔의 강력한 ‘친(親)메리어트’ 행보로 미루어 볼 때, 신규 호텔들 역시 메리어트 산하 브랜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메리어트’라는 검증된 하나의 파트너와 ‘원-브랜드 동맹’을 맺고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핵심은 ‘멤버십 전쟁’…전략은 달라도 목표는 하나
국내 호텔들이 높은 로열티를 감수하면서까지 글로벌 브랜드와 손잡는 이유는 명확하다. 전 세계 1억 8000만 명(2023년 기준)이 넘는 메리어트 본보이 회원과 이에 버금가는 IHG 원 리워즈 회원 등 거대한 멤버십 네트워크 때문이다. 해외 관광객 입장에서는 호텔의 개별 이름보다 익숙한 멤버십 브랜드가 예약의 결정적 요인이 된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고객에게 ‘메리어트’ 간판은 신뢰의 상징”이라며 “로열티 부담이 크더라도 이 채널을 확보하는 게 가장 확실한 모객 수단”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더 플라자’는 또 다른 전략을 보여준다. 메리어트의 ‘오토그래프 컬렉션’에 속한 더 플라자는 독자적인 이름과 정체성을 유지한 채 메리어트의 예약망과 멤버십 혜택만 활용한다. 이는 조선호텔이나 파르나스의 하드 브랜드 제휴와 달리, 독자성을 살리면서 글로벌 네트워크의 실익만 취하는 ‘소프트 브랜드’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