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더스크롤', '폴아웃' 등 자유도 높은 오픈월드 역할수행게임(RPG)으로 유명한 미국 게임사 베데스다가 또다시 '한국 패싱'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엔 2006년 출시돼 시리즈 중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엘더스크롤4: 오블리비언' 리마스터판이 발단이다.
베데스다는 최근 오블리비언 리마스터를 글로벌 출시하며 한국과 러시아만 예외적으로 '지역락'을 적용해 구매 자체를 차단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해외 계정 등으로 게임 코드를 구하더라도 스팀 플랫폼에 입력해 이용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제한됐다.
베데스다는 앞서 SF 오픈월드 게임 '스타필드' 출시 당시에도 한글화를 제외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 사옥 앞에서는 1인 시위까지 벌어졌다.
오블리비언 리마스터 또한 공식 홍보 영상에는 한글 자막을 삽입하고 한글로 된 공식 홈페이지도 운영 중이지만 실제 스토어에서는 한국 유저에게 판매하지 않고 있다. 반복 되는 한국 시장 홀대에 국내 게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토드 하워드 베데스다 총괄 디렉터의 '혐한'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단순히 한국 시장 규모가 작아 수익성이 낮아서”라는 설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엘더스크롤 시리즈는 국내에서도 수많은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오리지널 오블리비언 역시 상당한 판매고를 올리고 여전히 많은 이용자가 시리즈를 즐기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게임이용자협회도 성명을 내고 베데스다의 반복되는 '서비스 차별' 행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협회는 이번 오블리비언 리마스터뿐 아니라, 출시 1년이 지나도록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고 있는 '스타필드' 그리고 한국어 지원을 예고하고도 지연되고 있는 '어바우드' 사례를 함께 꼬집었다. 게임 서비스는 미흡한 상황에서 게임패스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에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행보도 문제로 봤다.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은 “이번 사태가 게임물 심의 절차에 기인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결국 한국 시장에 대한 무성의한 태도를 드러낸 단면”이라며 “사전검열 방식의 심의 제도 역시 진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MS와 베데스다는 더 이상 한국을 소비시장으로만 대할 것이 아니라 정당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MS, 국내 게임 유통사, 총판, 게임물관리위원회 역시 이번 지역락 조치에 대한 베데스다 측 명쾌한 입장을 파악하지 못했다. 일부 유저는 베데스다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직접 문의를 남겼지만 별다른 답변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베데스다는 엑스박스 코리아를 통해 “엘더스크롤4 오블리비언 리마스터 출시가 지연되고 현지화가 충분하지 않았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출시 지연 문제를 최대한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한국 게임물관리위원회와 협력하고 있다”고 공지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