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못 쓰는 한국…내수 소비, OECD 하위권

2025-04-23

내수 소비가 1990년대 이후 꾸준히 둔화되며, 내수 부진이 단기적 경기 침체를 넘어 장기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내수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며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내수 소비 수준이 하위권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내수 소비 추세 및 국제비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996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소비 연평균 성장률은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소비 성장률이란 특정 기간 소비 지출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내수 활력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

소비 성장률은 경제 위기 때마다 ‘계단식 하락’을 거듭했다. 1998년부터 1996년까지 9.1%대를 유지하던 소비 성장률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고 4.5%로 급락했다. 2003년 카드대란 사태 이후 3.1%,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2.4%로 떨어졌으며, 최근에는 2020년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1.2%까지 둔화됐다.

GDP에서 내수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GDP 중 내수 소비 비중은 2021년 47.1%까지 하락해 최저점을 기록한 후 최근 다시 반등해 2023년 49.9%로 소폭 회복했지만, 경제규모 1조 달러 이상인 OECD 주요 12개국 중 11위에 머물렀다. OECD 전체 38개국으로 확대해도 28위를 기록해 하위권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한국보다 내수 소비 비중이 낮은 국가는 이스라엘, 체코 등 인구 1000만명 이하의 내수 시장 자체가 협소한 나라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내수 소비 부진은 일시적인 경기 침체가 아닌 고령화, 자산구조, 산업구조 등 중장기적 요인이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계 자산의 부동산 편중, 산업의 고용 창출력 약화 등도 소비 위축의 구조적 배경으로 지목됐다. 특히 대한상의는 고령화로 인구구조가 크게 변했지만 고령층 소비 여력은 되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원인으로 짚었다.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평균소비성향(세금, 이자비용 등을 제외한 소득 중 소비 지출 비율)은 2006년 4분기 기준 81.3%로 전 세대 중 가장 높았고 전체 평균인 76.6%를 웃돌았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에는 64.6%까지 떨어지며 모든 세대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평균인 69%보다도 낮은 수치다. 같은 기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7%에서 20%로 급증했다.

내수 부진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중장기 과제로는 해외인구 유치, 고령층의 소비여력 확충 대책 마련 등이 제시됐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소비심리회복을 위한 단기적 처방만으로는 소비 둔화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며 “미래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국내 경제의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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