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는 교사 말고도 ‘80여개직 종사자’들이 있습니다…누구일까요?

2025-05-01

교육공무직 18만명…정규직 교사 대비 48%

학교, 시대적 흐름 따라 새로운 직군 계속 만들어내

최근엔 돌봄 관련 직종 급증, 단기 계약 다수

경력 불인정, 처우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전교생이 150명 미만인 서울 광진구 A초등학교는 교사보다 다른 직원 숫자가 더 많다. 교장·교감·교사 등 정규 교원이 21명,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정규 직원 4명, 조리실무사·돌봄전담사·학교 보안관 등 학생들의 생활을 돕고 지원하는 직원이 21명이다. 교사와 행정 직원은 ‘교직원’이라고 부르고 후자는 ‘교육공무직’으로 불린다.

1일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전국 학교에서 무기계약직·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교육공무직은 약 18만명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초중고 교원 45만명(기간제 교원 7만5286명 포함)의 40% 수준이다. 정규직 교사 대비 교육공무직 비율은 48%까지 오른다. 시도교육청 조례를 보면 교육공무직은 무기계약직, 기간제 노동자, 단시간 노동자를 포함한다.

교육부 ‘교육공무직원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교육공무직 직종은 스포츠강사, 돌봄전담사, 배식실무사, 에듀케어 강사, 다문화 코디네이터 등 8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종표에 나오진 않지만 학교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 채용공고에 올라온 100여개 직종에는 학습지원 튜터, 다문화가정 한국어교실 강사, 지구과학 기간제교사, 특수학급 기간제교사 등이 포함됐다. 계약 기간은 짧게는 한 달, 길어야 1년이었다.

학교에 비정규직 직원이 늘어난 것은 1980년대부터다. 정부가 교사 정원을 관리하기에 학교는 채용과 해고가 쉬운 비정규직 직원 채용에 주력했다. 학교 내 비정규직들은 한때 학교 회계에서 급여를 준다는 이유로 ‘학교 회계직’으로 불렸다.

학교는 시대 변화에 따라 필요할 때마다 새로운 직군을 만들었다. 1980년대 학교 내 과학실험이 늘어나자 교원업무 경감을 목적으로 실험 집기를 관리하는 ‘과학실험 보조’ 직군이 생겼다. 학교 도서관이 활성화될 땐 비정규직 사서가 대거 채용됐다. 2006년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던 학교 급식에서 대규모 식중독 감염이 발생하자 급식을 직영화했다. 이때부터 학교마다 조리원을 뽑았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시도교육청을 상대로 직접 고용을 촉구했다. 교육감이 사용자라는 법원 결정이 잇따르면서 교육감이 조리실무사를 직접 고용하는 지역이 나왔다. 2014년 대법원은 ‘학교 비정규직의 사용자는 학교장이 아니라 교육감’이라고 인정했다. 조리실무사들이 판결 전후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고, 시도교육청이 직종별 신규 직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해 학교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과거엔 직군조차 명확하지 않던 지원·보조 직원들이 2014년부터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교육공무직으로 법제화된 것은 진일보한 결과다. 학교별로 고용해 시설 관리 등을 맡았던 ‘소사’는 ‘시설관리원’이 됐다.

2010년대엔 ‘원어민 코디네이터’나 ‘교과교실제 보조’처럼 교육 업무 지원을 위한 계약직 직군이 새로 생겼다면, 최근엔 학교가 돌봄·복지 업무를 맡으면서 관련 직종이 늘어났다. 지난해부터 초등 저학년에 도입된 늘봄학교 업무를 맡은 늘봄실무사가 대표적이다.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담 인력을 선발했다. 늘봄 수업을 진행하는 늘봄강사(방과후 강사)뿐 아니라 방과 후 돌봄 시간에만 학생들을 돌보는 돌봄전담사, 늘봄학교 행정 업무를 맡는 늘봄실무사, 이들을 관리하는 늘봄전담실장 등 여러 직종이 새로 생겼다. 대부분 계약직이다.

늘봄학교와 같은 새로운 정책이 도입될 땐 학교 구성원들의 불만이 ‘약한 고리’인 교육공무직을 향하기도 한다. 지역·학교마다 상황이 다르고 일괄적으로 정해진 매뉴얼이 없다 보니 구성원끼리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이다. 올해 근무를 시작한 충북의 늘봄실무사 B씨는 행정실과 갈등을 겪었다. B씨는 “학교 내에 늘봄 정책이 졸속으로 진행된다는 불만이 있었는데 그 불만이 늘봄실무사를 향해 표출되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에는 “교육공무직이 처우 개선만 바란다”라는 주장이 종종 등장한다. 지난 3월 교육공무직이 육아시간을 사용하길 원한다는 기사를 공유한 게시글에는 “월급도둑 교무실무사, 방과 후 코디, 과학 보조 다 쫓아내고 우리끼리 일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교대도 나오고 임용고시도 쳐야지 무슨 소리냐” 등의 댓글이 달렸다. 교원인 특수교사와 공무직인 특수교육실무사 사이에도 “실무사는 전문성이 떨어진다”, “실무사를 도구 취급한다”는 갈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조리실무사 등 일부 직군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지만, 학교 내 계약직 직원은 여전히 ‘필요에 따라 쓰고 수요가 줄면 내보내는 인력’으로 보는 시선이 여전하다. 지난해 업무를 시작한 계약직 늘봄실무사 중 올해도 근무하는 이는 많지 않다. 경북 안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늘봄실무사로 일했던 C씨는 올해 계약이 연장되지 않아 지금도 구직 중이다. 같은 학교에서 오래 일해도 경력이 반영되지 않아 매년 ‘신입’과 다름없는 처우에 머문다.

정책 부작용은 교육공무직 안에서도 가장 약한 고리를 겨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은 지난달 28일 방과후 학교 강사 16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늘봄학교 시행 이후 10명 중 7명의 수입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절반 이상은 월 수입이 ‘180만원 이하’라고 답했다. 늘봄학교에서 진행되는 방과후 수업 강사료가 기존 수업보다 낮게 책정된 영향이 크다.

학교 내 교육공무직의 처우는 학생 교육권, 건강권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김유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직실장은 “정부는 다양한 교육 정책을 펼치면서 학생, 교사, 학부모 등 다양한 의견을 듣지만 정작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는 조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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