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강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 윤석열 대통령 체포 찬성‧반대 집회 현장에는 은박 담요나 방석 핫팩 등 방한 아이템이 속속 등장했다.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은 영하 10도에 이르는 체감온도에도 밤새 자리를 지킨 시민들이 있었다. 전날 진보 진영 집회에 참석했다는 자영업자 최용준(59)씨 곁엔 꽁꽁 언 생수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최씨는 “낮에 사둔 커피 10잔이 얼어버려서 진정한 ‘아이스커피’가 됐다”며 “춥지만 나라를 지켜야 한단 마음으로 밤새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방석 핫팩을 꼭 껴안고 은박 돗자리 위에 앉아 있던 김모(49)씨는 “부산에서 대통령 체포를 외치기 위해 내려와 어젯밤 늦게 한강진역에 도착했는데, 집회가 다 끝나 있어 아쉬움에 밤을 새웠다”며 “어제 집회 왔던 사람들이 우리 남는다니까 박스째 핫팩과 방한용품을 두고 갔다”고 했다.
서울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됐던 지난 5일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촉구 집회에는 ‘인간 키세스’라는 별명이 붙은 집회 참가자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머리끝까지 은박 담요를 뒤집어쓴 모습이 은박지로 포장된 초콜릿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은박 담요 혹은 스페이스 블랭킷은 말 그대로 우주에서 보온을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것”이라면서 “한남동의 키세스 시위대는 우주 전사라 할 만하다”라고 썼다.
주말 동안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주최로 열린 집회 한쪽에는 집회 참여자들이 추위를 피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난방 버스가 운영되기도 했다. 난방 버스를 이용한 박예경(27)씨는 “집회에 참여하는 동안 눈과 비 때문에 떨어진 체온뿐 아니라 젖은 옷도 복병이었는데, 버스 내부에선 옷이 잘 말라서 도움이 됐다”며 “고마운 마음에 난방 버스를 기획하고 주최한 단체에 송금도 했다”고 말했다.
엑스(옛 트위터)에서는 ‘시위 나올 때 다이소에서 꼭 사라’며 방한용품을 추천하는 '꿀팁' 게시물도 1.3만회 이상 공유됐다. 장갑을 벗지 않아도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는 손가락 장갑, 후드‧마스크‧귀마개‧목도리를 겸용할 수 있는 아이템, 캠핑 의자, 대형 방석 핫팩 등이 포함됐다.
이날 관저 앞 신자유연대 주최로 열린 대통령 수호 집회에는 오후 3시 기준 300명(경찰 비공식 추산), 비상행동 윤석열 즉각 체포 촉구 집회에는 같은 시간 60명(경찰 비공식 추산) 안팎이 운집했다. 거센 바람이 들이쳐 루터교회 앞 줄지어 세워둔 대통령 응원 화환이 일부 쓰러지기도 했다. 영하의 기온에 전날 공수처‧경찰 간 영장 집행 일임을 놓고 혼선까지 겹치면서 주말보다는 집회 참여 열기가 다소 식은 모습이었다.
이아미·오소영·노유림·김창용 기자 lee.ahm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