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로즈업 세줄 요약]
· 아미텍코리아-하이테크베어링기술센터, 차세대 베어링 기술 협력 체계 구축
· 국내 기술력 한데 뭉친 ‘베어링 기술 역량 자립’ 본격화
· 각종 측정·검사·계측 기술 공유, 상호 역할 정립 등 논의
차가운 쇠붙이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정밀 기계의 심장, 베어링(Bearing). 이 기술은 회전·선형 운동 기반 동력 시스템의 연결부·지지부에 필수적으로 활용된다. 이 가운데서 마찰을 최소화하고, 부드럽고 효율적인 움직임을 가능하게 한다. 이 때문에 작은 틈 하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표면 결함조차 허용하지 않는 극한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핵심 부품이기도 하다.
최근 대부분의 산업 제품 품질관리에 첨단 기술이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과거 제품 품질관리 공정은 작업자가 손으로 만져보고, 일일이 검증·확인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기술 발전이 가속화됨에 따라, 이는 번거롭고 시간 소모적인 과정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품질관리 프로세스도 자동화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컨베이어 벨트 등을 통한 자동 선별 및 검사 기계가 현장에 도입됐고, 센서 및 제어 시스템도 점차 고도화되면서 품질 혁신에 기여했다.
만져서, 느껴서, 이제는 ‘본다’...베어링 품질 검사의 진화
베어링과 같이 극도의 정밀성을 요구하는 핵심 부품의 품질 관리 역시 이러한 자동화(Automation)의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작은 오차나 결함이 완제품의 성능과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더욱 정밀하고 신뢰성 있는 품질관리 기술의 필요성과 도입 사례가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제 베어링 품질관리는 과거의 수동 검사를 넘어, 혁신적인 기술 발전에 힘입어 더욱 정교하고 효율적인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 같은 정밀 부품의 품질 최적화는 초기부터 다양한 기술적 시도를 거쳐 발전해 왔다. 대량 생산이 본격화되기 이전에는 숙련된 기술자의 육안 검사를 비롯해, 버니어 캘리퍼스, 마이크로미터 등 기술 기반 수동 측정 도구에 의존했다. 이는 작업자의 숙련도가 품질 관리에 큰 영향을 미쳤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되는 방식이었다.
자동화의 초기 단계에서는 접촉식 측정 방식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 기계식 또는 전기적인 접촉 센서를 활용해, 대상체의 치수·형상 등을 측정하고, 설정된 기준값과 비교해 합격 여부를 판정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수동 측정보다는 효율성을 높였지만, 여전히 측정 시간이 오래 걸리고, 측정 과정에서 베어링에 미세한 손상을 줄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복잡한 형상의 베어링이나 미세한 결함까지 정확하게 측정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후 이러한 단점을 개선한 공압 측정 방식, 광학 측정 방식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기술 수준으로는 정밀도나 속도 면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근 기존의 기술적 토대 위에 비접촉식 측정 기술이 등장하면서 정밀 부품 품질 최적화에 전환점을 맞이한 분위기다. 비접촉식 측정 기술은 베어링 표면의 미세한 형상과 결함을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는 기술이다.
이 과정에서 레이저, 광학 센서 등 연관 기술이 활용되는데, 측정물의 손상 없이 정밀한 3차원(3D) 데이터 확보를 주축으로 진행된다. 이 기술은 기존 접촉식 측정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받는다.
나아가 인공지능(AI),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빅데이터 분석 등 차세대 기술과의 연계 가능성도 논의되기 때문에 더욱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때 AI는 축적된 방대한 측정 데이터를 학습해 불량 패턴을 스스로 인식·예측하며, 실시간으로 생산 공정의 이상을 감지한다. 이를 통해 선제적인 품질 최적화 의사결정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미지 분석 기술과 딥러닝(Deep Learning) 알고리즘을 결합한 AI 기반 검사 시스템은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웠던 미세한 결함까지 정확하게 찾아낸다.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고, 제품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비접촉식 측정 기술이 주목받고 있지만, 기존 접촉식 방식 및 품질관리 기술의 병행 활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각 품질관리 기술의 장점을 살리고, 다양한 현장과 대상물의 특성을 고려해, 목적에 따라 최적의 조합을 이루는 것이 효율적인 품질관리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품질관리 시스템과 첨단 기술의 융합은 베어링 등 정밀 부품 품질 관리 분야에 혁신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는 고성능과 안전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미래 산업 시대에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에 발맞춰 국내 베어링 산업의 미래를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바로 산업계와 연구기관의 적극적인 협력이다.
‘글로벌 정밀 측정 대가’와 ‘국내 유일 베어링 시험평가기관’의 공조 첫걸음

이달 13일 초정밀 측정 솔루션 업체 ‘아미텍코리아(AMETEK Korea)’와 베어링 시험평가 전문기관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 하이테크베어링기술센터’가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이번 교류회는 베어링 및 초정밀 부품 기술의 미래를 위한 심도 깊은 논의로 펼쳐져, 향후 지속적인 협력의 물꼬를 텄다.
교류회는 ▲글로벌 베어링·초정밀 부품 기술 트렌드 공유 ▲한국 베어링·초정밀 부품 산업 발전을 위한 상호 협력 방안 모색 ▲향후 공동 협력 가능성 논의 등을 목표로 성사됐다. 이 자리에는 아미텍 조직 내 초정밀 형상 측정 ‘테일러홉슨(Taylor Hobson)’, 표면 거칠기 측정 ‘자이고(Zygo)’, 플랫폼 기반 3D 스캐닝 ‘크레아폼(Cearform)’ 등 주요 사업부 담당자들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이들은 자동차·항공우주·국방·에너지 등 국내 주요 산업의 핵심 축인 베어링·초정밀 부품 분야에서 노하우 공유를 통한 기술 경쟁력 극대화를 노린다. 더불어 향후 고객 맞춤형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시장과 기업의 동반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교류회에서 제시된 미래 측정 기술의 핵심 키워드는 ‘접촉·비접촉 및 3D 측정’, ‘AI 학습 가능 데이터 확보’ 등이다. 이와 함께 각 지역에서의 신속한 기술 지원과 고객과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는 어젠다도 함께 공유됐다.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건아 아미텍코리아 지사장은 “오늘 이 자리에는 자사 초정밀 계측 분야를 선도하는 주요 사업부 이해관계가 모두 참여했다”며 “각 사업부의 특징과 장비, 그리고 최신 트렌드를 상세히 공유해 하이테크베어링기술센터와의 시너지 창출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향후 고객과의 공동 프로젝트 진행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번 교류를 통해 양 기관이 보유한 기술과 경험을 공유하고, 나아가 공동 협력을 통해 국내 베어링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종형 하이테크베어링기술센터장은 “국내 최초 베어링 관련 연구기관인 우리 기관은 베어링 관련 구동 부품 인프라 및 윤활유, 그리스 조합 검증 역량을 보유했다”며 “제조 부품의 성능을 정확히 측정하고 내구성을 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제품 신뢰성을 확보하는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과정”이라고 정밀 측정 및 부품 분석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오늘 아미텍의 첨단 장비 시연을 통해 현재 준비 중인 인프라 구축 사업에 접목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아미텍 품에 안긴 ‘정밀 측정 드림팀’, 국내 산업 품질 혁신을 쏘다
아미텍코리아는 미국 소재 글로벌 계측·분석기기 제조업체 아미텍의 한국 지사다. 국내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첨단 측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1930년 출범한 아미텍은 기술 연구개발(R&D)과 전략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90년이 넘는 역사 동안 글로벌 업체로 성장했다. 현재 전 세계 45개 이상의 글로벌 사무실과 100여 개의 브랜드를 보유하며, 연간 약 70억 달러 (약 9조7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아미텍코리아의 주요 사업부는 테일러홉슨·자이고·크레아폼 등이다. 이 중 테일러홉슨은 초정밀 형상·표면 측정 솔루션 업체다. 영국에 본사를 둔 테일러홉슨은 표면 거칠기, 윤곽 형상, 진원도 측정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04년 아미텍에 인수된 이후 베어링, 자동차 부품, 광학 부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고정밀 측정 솔루션을 제공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차세대 비접촉 3D 측정 기술을 론칭해, 항공우주·방위 등 산업에 도입되는 고정밀 베어링의 품질 고도화에 기여하고 있다.
접촉 방식을 채택한 주력 제품도 있다. '폼 텔리서프 레이저(Form Talysurf LASER)'는 접촉 방식 기반 초정밀 형상 및 표면 거칠기를 측정하는 장비다. 매트롤로지 4.0(Metrology 4.0) 소프트웨어와 연동돼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고, 가상 공간과 실제 측정 환경의 매칭을 통해 직관적인 측정을 지원한다. 더불어 볼스크류 등 전기자동차(EV) 부품 측정 요구 증가에 맞춰 최적화된 성능을 제공하고, 넓은 영역의 변동성을 정밀 분석헤 품질관리에 혁신을 도모한다.

이어 미국 소재 자이고는 지난 2014년 아미텍에 흡수됐다. 광학 기반 고정밀 3D 표면 측정 및 광학 부품 제조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히 백색광 간섭계(WLI) 기술을 활용해 서브나노미터(sub-nm) 수준의 초정밀 3D 표면 형상 및 거칠기를 측정하는 솔루션을 공급한다. 현재 반도체·디스플레이·광학 등 산업의 품질관리 및 R&D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 솔루션 넥스뷰(nexView)는 베어링 마모도 분석에 특화됐다. 장비의 비접촉 WLI 기술을 통해 마모된 베어링 표면을 3D로 정밀 측정하고, 마모 정도를 국소 영역에서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때 측정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모 깊이, 단면적 변화, 부피 손실 등 다양한 파라미터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구체적으로, 단순한 깊이 측정뿐만 아니라, 특정 영역의 단면적 변화나 부피 손실까지 정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는 베어링의 수명 예측 및 결함 분석에 매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도체 HBM(High Bandwidth Memory) 분야에서도 웨이퍼 표면의 미세한 마모나 결함 분석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계자는 “마모 시험 전후의 표면 프로파일을 비교 분석해 마모의 진행 정도와 양상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해당 솔루션을 설명했다. 또한 특정 레퍼런스 포지션을 설정해 반복적인 측정이 가능하고, 마모 추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휴대용 3D 스캐닝 솔루션 업체 크레아폼은 캐나다에 본사를 뒀다. 3D 스캐너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제품 개발, 품질 검사, 역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3D 측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자동차·항공우주·제조 등 영역에서 제품 형상 분석 및 품질관리에 해당 솔루션이 활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 각종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된 검사 시스템 구축에 집중해 기술의 차세대성을 이식하는 작업 중이다.
이날 휴대용 3차원 비접촉 스캐너가 시연됐다. 레이저 기술과 이미지 기록 방식을 융합해 빠르고 정확하게 제품의 3D 데이터를 생성한다. 사용자 친화적 교정(Calibration) 프로세스를 통해 온도 변화에 따른 측정 오차를 최소화고, 다양한 각도에서 일관된 측정값을 제공한다.
이 스캐너는 대상물에 직접 부착하는 ‘스티커’, 정밀한 공간 내 기준점을 제시하는 ‘볼’ 등 타입의 타점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타점을 토대로 제품 표면을 따라 이동하면서 데이터를 축적해, STL 파일 형식의 3D 모델을 생성한다. 특히 자체 셔터 기능을 통해 제품의 반사율에 맞춰 레이저 강도를 자동 조절해 다양한 재질의 스캔이 가능하다.
사람의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언더컷 부분의 스캔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스캔된 데이터는 1:1 스케일로 제공돼 즉각적인 치수 확인·분석이 용이하다. 필요에 따라 윗면과 아랫면 데이터를 병합해 전체 형상을 파악할 수 있고, 스캔 중 멈춤·재개가 자유로워 효율적인 데이터 획득을 지원한다.


▲ 크레아폼 관계자가 솔루션은 시연하는 모습(좌)과 소프트웨얼를 활용해 공정 과정에서 불필요한 요소가 스캔된 데이터를 수정하는 모습(우). (출처 : 헬로티)
생성된 3D 데이터는 컴퓨터지원설계(CAD) 파일과 비교 분석해 제품의 편차를 확인하거나, 양품 데이터 기반 불량 여부를 판단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역설계를 위한 기초 데이터로 활용돼 제품 개발 과정을 효율화하고, 버니어 캘리퍼스 등 수동 측정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도록 지원한다.
관계자는 “다만, 표면 조도 측정에는 해상도 한계가 있을 수 있고, 반투명 재질의 경우 약간의 측정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액세서리가 제공된다.
"베어링 시장 200조 시대, 품질 혁신으로 ‘K-베어링’ 경쟁력 확보해야"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폴라리스마켓리서치’는 전 세계 베어링 시장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가운데 올해는 이 규모가 약 1444억 달러(약 2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기차·도심항공모빌리티(UAM)·로봇 등 산업 성장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기반으로 고정밀 베어링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장 상황 속에서 국내 베어링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품질관리 기술 도입이 필수적이다.
김종형 센터장은 “베어링이 모든 움직이는 장치에 필수적으로 탑재되지만, 부품 자체의 정밀성과 측정의 중요성은 간과되어 왔다”며 관련한 우리 생태계의 개선점을 지적했다. 연이어 부품의 초정밀화·모듈화 추세 속에서, 정확한 측정과 신뢰성 있는 데이터 확보는 제품 수명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는 관점도 함께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이번 기술 교류에 대해 “아미텍으로부터 측정 프로세스와 기술을 전수받고 이해함으로써 센터 자체의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기업들에게 더욱 신뢰성 있는 데이터와 시험 결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또한 국내 베어링 산업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미래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과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Whitelist) 제외 사태를 통해 베어링 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됐지만, 아직까지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은 80~8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화이트리스트는 수출 심사 우대국 목록을 뜻한다.
더불어 그는 “로봇 및 정밀 공작 기계에 도입되는 초정밀급 베어링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방산 분야 역시 국산화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양 기관의 협력은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국내 베어링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향후 국내 환경에 맞는 방산 영역의 R&D 협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김종형 센터장은 “앞으로도 국내 기업들의 기술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나아가 국가 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