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은 세상을 바꿉니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과 현장 안에서 일어납니다. [TECH온앤오프]는 기술이 산업 현장에 적용되기 ‘이전’과 ‘이후’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유즈 케이스 기반 스토리텔링 시리즈입니다. 기술 도입 전의 고민과 한계, 도입 과정 그리고 변화 이후의 놀라운 성과까지,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기술이 어떻게 경험을 바꾸고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지를 보여주는 것. 이러한 가치를 TECH온앤오프에 담아봤습니다.
[세줄 요약]
1. 반복되는 추락 사고―2023년 통계 건설업 사망자 276명, 산업재해 46.8% 차지
2. 스마트 장비 현장 확산―안전모·에어백 조끼…IoT 기반 기술 본격 도입
3. 사고율 22.56%↓ 입증―도입 현장 사고발생률 0.357%…일반 대비 22.56% 낮아
건설현장, 기술로 바뀔 수 있을까
고층 작업과 대형 장비 운용이 반복되는 건설현장에서는 작은 실수도 중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보호 장비와 관리 인력이 투입되더라도, 현장 특성상 사고를 완전히 막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건설 현장은 여전히 산업재해 비중이 높은 산업군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산업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활용 중이다. 사물인터넷(IoT) 기반 위치 추적 시스템, 웨어러블 낙상 감지 조끼, 스마트 안전모와 같은 장비들이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기술 실험들은 실제 데이터를 통해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OFF: 사고 이후 대응에 머물렀던 현장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총 589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276명이 건설업 종사로, 전체 산업 사망자 중 46.8%를 차지하는 수치다. 사고 유형은 추락, 협착, 부딪힘 순으로 나타났고 특히 50인 미만 중소규모 현장에서 사고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기존 안전관리는 순찰, 안전모 점검, 출입통제 등 수동적 방식에 머물렀다. 현장의 실시간 상황을 파악하거나 위험 징후를 조기에 인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사고는 대개 발생 후에야 인지됐고, 원인은 대부분 ‘부주의’로 간주됐다.
ON: 기술 기반 실시간 대응 체계 구축
일부 건설현장에 IoT 센서 기반 장비와 웨어러블 안전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부산 에코델타시티 건설현장에서는 위치추적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안전모로 작업자의 이동 경로와 움직임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정해진 구역에 장시간 정지하거나 접근할 경우 자동 경고가 전송된다.
세이프웨어가 개발한 웨어러블 에어백 조끼도 주목받고 있다. 이 제품은 작업자가 일정 높이 이상에서 추락할 경우, 내장 센서가 이를 감지해 0.2초 이내에 에어백이 팽창한다. 충남과 전북 등지에서는 이 장비가 추락 사고로 인한 중상을 예방한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창원 지역의 한 소규모 민간 건설현장에서는 지능형 AI CCTV로 안전모 미착용, 작업자 쓰러짐, 화재 등을 자동 감지하고 실시간 경고를 발송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해당 시스템은 국토안전관리원, 현장 관제센터, 관리자 휴대폰으로 동시에 경보를 전송하고 별도로 붕괴·변위 감지 장치도 함께 설치되어 있다.
무계~삼계 국도 신설공사 현장에는 중장비 충돌·협착 방지 장치가 적용됐다. 포장 공사에 사용되는 롤러, 그레이더 등에 감지 센서를 부착해 작업 반경 내 인원 접근 시 경고음을 발신한다. 또한, 웨어러블 카메라와 스마트 조끼 등 다양한 장비와 연계해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 장비의 효과는 통계로도 입증됐다. 국토안전관리원이 스마트 안전장비를 지원한 123개 건설현장을 분석한 결과, 해당 현장의 평균 사고발생률은 0.357%로 일반 현장 평균(0.461%)보다 약 22.56%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해당 현장에서는 사망자 1명, 부상자 15명이 발생했으며 이는 스마트 장비 미도입 현장의 171명, 2485명과 비교해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스마트 안전 기술 이후에도 남아있는 과제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은 현장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작업자의 사고 대응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의 모니터링 체계는 기존의 수동적 관리 방식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는 중이다.
하지만 기술 도입만으로 안전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장비 활용과 병행되는 안전교육, 관리자와 작업자의 이해도, 사고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함께 필요하다. 기술이 위험을 감지하더라도, 이에 대응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스마트 안전이 효과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현장 문화와 기술이 함께 진화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헬로티 구서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