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몬스테라가 축 처졌어요"…반려식물 집사 늘자 병원도 개원

2025-04-05

“식물과 함께하는 삶, 충만”…반려식물 집사 증가

“가장 행복한 시간은 식물에게 물을 주는 시간이에요.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반려식물을 키우게 됐는데, 식물들은 기다림의 미학을 알려줍니다. 때로는 식물들의 자리를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제가 애정하는 ‘립살리스 쇼우’는 엄청난 존재감으로 기쁨을 줍니다.

‘몬스테라 델리시오사’를 시작으로 ‘스투키’, ‘선인장’, ‘필로덴드론’, ‘스킨답서스’ 등을 집안에 들인 30대 김모씨는 자신을 3년 차 반려식물 집사라고 소개했다. 김씨는 블로그에 하루하루 식물과 함께하는 일상을 기록하며 소소한 행복을 전하고 있다.

그는 “식물과 함께하는 삶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다”며 “햇빛 드는 장소에 화분을 모아놓고 바라볼 때 느껴지는 충만함과 주변을 관조하면서 갖게 되는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넌 의존형? 아님 독립형?…성격도 달라”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처럼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도 자신을 ‘집사’로 인식한 지는 제법 오래 됐다. 그 수도 점차 늘어 한 공공기관이 진행한 조사에선 3명 중 1명이 반려식물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이 지난달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4%가 반려식물과 함께하고 있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해 9월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현장 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령별로 30대 이하가 37.2%로 가장 많았고, 40대(13.2%), 50대(15.0)%, 60대 이상(34.6%) 등의 순이었다. 반려식물을 기르는 장소는 실내가 90.2%였고, 마당(13.2%), 정원(10.7%), 숲(1.2%)이 뒤를 이었다.

농촌진흥청은 반려식물 관리 방식과 상호작용을 돕기 위해 ‘식물의 성격 유형’을 구분하고 있다. 화분 등에 심겨 실내 공간이나 집 앞 마당에서 관리 받는 ‘의존형 반려식물’과, 정원이나 숲 속 등 자연에서 살아가는 ‘독립형 반려식물’로 나눴다.

어찌보면 뻔한 구분을 진지하게 해놓은 이유는 반려식물 개념을 확장하고 다양한 정책을 펴기 위해서다. 자연에서 스스로 자라는 식물을 반려 대상으로 여길 경우 정원이나 숲 가꾸기 행위도 반려 활동이 된다. 또 의존형 식물을 위한 돌봄 상품뿐 아니라 독립형 식물을 위한 정원 가꾸기, 생태계 복원 등 정책을 펴는 동력이 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관련 산업 규모가 2조421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익산 식물병원, 입원 치료도 가능

전북 익산시에선 식물 병원도 개원했다. 익산시는 3일 “반려식물 인구가 급증하는데 발맞춰 식물병원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우리 집의 몬스테라가 데친 시금치처럼 힘이 없을 경우 병해충 문제인지, 생육 불량인지, 온도∙습도 조절 문제인지 원인을 진단해주고 치료에 도움을 준다.

익산 식물병원은 220㎡의 온실에 진단실과 회복실을 구분해 운영한다. 당일 진료와 처방이 원칙이지만 상태가 심각할 경우 일정 기간 회복실에서 무료로 집중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치료 이후에는 식물별 특성에 맞는 관리 방법을 안내하고, 필요하면 재배 교육도 병행해 식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도록 돕는다.

지역민에게는 무료로 서비스가 제공된다. 시 관계자는 “식물도 조기 치료가 중요한 만큼 식물에 이상 증상이 보이면 바로 식물병원을 찾아달라”며 “치료 후에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도록 교육도 함께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반려식물 정책에 힘을 쏟는 건 고령자 건강관리와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동물에 비해 적은 노력과 지출로도 고립된 노인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고, 농촌의 자원과 기술을 반려식물 분야로 확장해 ‘플랜테리어’(식물 + 인테리어) 산업을 창출할 수 있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령화 사회에서 어르신들의 복지 증진과 도시농업의 가치 확산을 위해 반려식물 보급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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