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사과 문양이 새겨진 스마트폰이 국내에 출시됐다. 바로 미국 애플의 아이폰이다. 지금과 다르게 당시 사용자에겐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은 비싸면서 쓰기 복잡한 물건이었다. 심지어 휴대전화는 통화나 문자메시지 교환을 위한 수단일 뿐 영상 시청이나 인터넷 검색은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로 하는 일이라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스마트폰을 활용한 서비스 개발에 속도가 붙고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스마트폰은 어느새 일상 속 필수품이 됐다.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 ‘한국미디어패널조사’에서 개인이 보유한 휴대전화 중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0년 10.2%에서 2023년 94.8%로 급증했을 만큼 세상이 변했다.
최근 스마트팜 관련 취재를 위해 농정당국 관계자와 농민을 만나면서 자꾸만 스마트팜이 스마트폰과 중첩돼 보였다. 일상의 스마트폰처럼 스마트팜도 머지않아 농업에서 없어선 안될 요소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팜은 이제 걸음마를 떼는 단계지만 적잖은 농민이 관심을 두고 농정당국이나 업계도 개발에 애를 쓰고 있다. 스마트팜 보편화로 가는 길을 스마트폰이 보급되던 과정에서 엿볼 수 있다. 다만 아직 농민들은 스마트팜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여긴다. 개발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한 탓에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는 일이 다반사란다. 이는 사후관리 부재로 이어졌고, 실망한 농가는 스마트팜에 등을 돌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술 표준화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에도 초기에 많은 운영체제가 존재했지만, 지금은 안드로이드와 iOS라는 체제가 주로 운용된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다르더라도 같은 운영체제를 사용하면 이전 프로그램을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또 농가마다 원하는 스마트팜 수준이 다르다. 복합 스마트팜을 원하는 농가가 있는 반면 단순 제어시스템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기는 농가도 있다. 온갖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폰과 최소 기능만을 탑재한 기기가 공존하는 것처럼 스마트팜도 수준별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농가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 이 나이에 비싸고 어려운 설비를 굳이 도입해야 하냐는 인식이 있지만 스마트폰의 경우 2023년 65세 이상 보유율이 84%였다.
현장 수요에 맞춘 저변 확대와 수용적 태도가 결합되면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에 스마트팜이 농가 일상에 자리 잡을 수 있다.
심재웅 전국사회부 기자 daebak@nongmin.com